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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그리는 화가 - 에바 알머슨 展 사람들은 행복한 그림을 보고 손에 쥐어야만, 행복해지기라도 하는 듯, 줄 서서 입장권을 사고, 줄 서서 관람을 하고, 빠져나갈 새라 카메라에 담고, 이것 저것 행복을 집어 들고, 계산을 위해 다시 줄을 선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마음 속으로 알고 있다. 행복은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행복은 담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행복은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행복은 쥐어지는 욕망이 아니라는 것을. 바라지 않으면 비로소 다가온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가 행복이라는 것을. 더보기
일상이 예술 I I 아! 무료 전시장 입구 포스터가 이렇게 큰 깨달음을 주다니! 한 순간에 ‘일상이 예술’임을 깨닫다. ‘일상의 예술’이라는 말은 일상의 어느 한쪽 부분만을 부각시켜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은연중 암시한다. 그러나 일상(日常)은 매일 매일이 늘 그러하고, 일상(一常)은 하나로 구분 없이 늘 그러하며, 일상(一相)은 차별이나 대립 없이 그 자체로 평등하다. 자연이 그러하듯 삶도 모든 행위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다. 아름다움은 아름답지 않음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다. 선(善)함도 선하지 않음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다. 그러므로 포스터는 다시 읽혀야 한다. ‘일상이 예술’이다. 더보기
비상문 3호선 고속터미널 역. 예술의전당으로 가는 지하철 승강장.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읽다. “… 모두가 떨어진다. 그런데 이 추락을 한없이 다정하게 안아주고 있다. 누군가가.” 그게 누구일까? . . 맨 아래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 . “비상시 사용하는 문” 비상문(非常門)! 스크린 도어를 정비하다 희생된 계약직 청년의 앳된 얼굴이 유리창에 떠올랐다. 비상식(非常識)! 그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세상의 문은 아닐까? 아니다!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된다! 비상문(飛上門)! 꿈꾸는 사람들을 안아서 그곳을 향해 날아 오를 시 열리는 문이어야 한다. 더보기
이가난진(以假亂眞)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났다. … 민족의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 문득 『국민교육헌장』이 떠오릅니다. 중학교 시절 담임선생님한테 대나무 자로 손바닥 맞아가며 뭣도 모르고 달달 외워야 했었지요. 돌이켜 보면 그간 암기된 사명감에 앞뒤 가리지 못하고 살다 보니, 어느덧 은퇴할 나이가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내 젊은 시절처럼 그 당시 교과서를 대문짝만하게 장식했던 그 미사여구들… 지금은 어디로 다 사라져 버렸는지요? 얼마 전에 읽어 보았던 『네 글자의 힘』(지은이 신동기)이라는 책. 거기에 실렸던 사자성어 중 몇 가지를 추려내 그 뜻을 이어가 봅니다. 방기곡경(旁岐曲徑) 이가난진(以假亂眞) 난극당치(亂極當治) 질풍경초(疾風勁草) 샛길과 굽은 .. 더보기
새해에는 밀레의 『이삭줍기』, 1857년작 친구들과의 연말 저녁모임을 위해 서울로 가는 길. 당초 ‘김수영 문학관’을 들를 예정이었으나, 언제나 볼 수 있는 전시품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아내의 권유에 ‘예술의 전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혹시 나도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이삭을 주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오르세 미술관 이삭줍기展』… 다른 사람들과 함께 떠밀리듯 줄지어 입장하다 보니, 30 분 관람에 관람료가 좀 센 게 아닌가 했던 내 생각이 무색해졌다. 눈에 익었던 작품으로는 르느와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 고흐의 『정오의 휴식』 외 모네, 세잔, 드가, 고갱 등 유명화가들의 그림들도 있었다. 밀레의 『이삭줍기』 그림 앞에는 역시 많은 사람들이 감상에 여념이 없었다. 원본을 마주한다는 기쁨도 잠시 .. 더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용서할 수 있습니다 “바람을 피웠던 사실을 들킨 정치인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한다. 매출 누락으로 탈세를 저지른 사업가가 국세청에 그건 ‘실수’였다고 말한다.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했던 아들이 자기 ‘실수’를 고백한다. 사실 위의 예시에서 ‘실수’는 모두 ‘잘못된 결정’으로 바꿔야 한다. 시험에서 답을 잘못 고르는 것은 ‘실수’지만, 시험공부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 실수는 의도하지 않고 한 일이고, 잘못된 결정이란 의도적으로, 때로는 뒷일을 생각지 않고 한 일이다. 잘못된 결정을 실수로 포장하고 넘기기는 쉽다. 그러면 자신이 받을 타격을 완화하고 줄일 수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잘못된 선택을 실수로 포장하면 ‘나는 아무 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라고 생각하며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또한 내 잘못이 .. 더보기
세상의 아름다움을 사유(思惟)하다 눈 내리는 저녁 숲 가에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이 숲이 누구의 것인지 알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 그는 내가 여기 멈추어 서서 눈 덮인 자기 숲을 바라보는지 모를 거야 나의 작은 말도 이상한가 보다 숲과 꽁꽁 언 호수 사이 농가도 없는 이곳에 멈춰 서다니 그것도 올해의 가장 어두운 저녁에 내 작은 말은 마구의 방울을 흔든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는 것처럼 그 외에 들리는 것은 잔잔한 바람 따라 눈송이 쓸리는 소리뿐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 그러나 나는 아직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몇 마일을 더 가야 한다 ✽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 마지막 련(連)에 이르면 프로스트의 다른 詩 『가지 않은 길』 에서 처럼 ‘그간 제대로 살아왔.. 더보기
정치란 무엇일까요? 정치란 무엇일까요? 문외한인 저는 政治하면 글자 그대로 ‘바르게 다스리는 것’ 쯤으로 치부해 왔는데, 『위키백과』에서는 다음과 같이 풀이하더군요. 정치(政治)에서 정(政)은 ‘바르다’의 正(정)과 ‘일을 하다’ 또는 회초리로 ‘치다’의 의미인 攵(등글월문 = 攴)이 합쳐서 이루어진 말이다. 즉, 바르게 하기 위해 일을 하거나 회초리로 치는 것을 뜻한다. 정(政)은 특히 자신의 不調和한 면을 다스려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치(治)는 물(氵= 水)과 건축물(台 태)이 합하여 이루어진 말이다. 이것은 물(水)의 넘침에 의한 피해를 잘 수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治)는 특히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부조화한 면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정치(政治)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부조화.. 더보기
마음과 별에 대한 상대성이론 마음과 별에 대한 상대성이론(心星 相對性理論) 何處無爲顯(하처무위현) 어떤 곳에선 애쓰지 않아도 잘 보이건만 他處有爲㝰(타처유위면) 다른 곳에선 애써도 보이질 않네. 何日無塵淸(하일무진청) 어떤 날엔 티없이 맑다가도 他日無以渾(타일무이혼) 다른 날엔 없는 듯 희미하구나. 但恒有同處(단항유동처) 하지만 항상 거기에 있었다네 瞑眼顯心星(명안현심성) 눈 감으면 되려 또렷해지는 마음의 별. 유심론(唯心論)에서는 우주의 본질을 정신으로 보며 우주 만물의 현상도 정신작용으로 이해하지요. 이에 따른다면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는 마음의 움직임이고, 맑고 흐림은 시간에 따른 마음의 흐름이며, 이윽고 그 결정체인 별은 곧 마음의 발현(發顯)이 되겠지요. 별을 바라보는 건 곧 스스로의 마음을 맑게 비추는 일. 엔트로피 증.. 더보기
소유와 향유에 대한 상대성이론 소유와 향유에 대한 상대성이론(所有 享有 相對性理論) 有者恓增易陷憂(유자서증이함우) 가진 이 마저 가지려 걱정에 빠지기 쉽고 無子燐奪易陷患(무자인탈이함환) 없는 이 빼앗겼다 여겨 근심에 들기 쉽네 若所有慾起憂患(약소유욕기우환) 만약 가지려는 욕망이 걱정근심 일으킨다면 豈人只所有之慾(기인기소유지욕) 어찌하여 우리사람들은 가지려고만 하는가 旣所有不敢享有(기소유불감향유) 이미 가진 것 온전히 누리기도 벅찰 텐데 “내가 가진 부는 무한합니다. 왜냐하면 나의 재산은 소유(所有)가 아니라 향유(享有)이기 때문입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1817~1862)- 소로우가 해리슨 블레이크라는 분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입니다. 아무리 많이 갖더라도 한정되고 고갈될 수밖에 없는 것을 누리는 삶과, 아무리 적더라도 그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