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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의 일기

문명인(文明人)과 미개인(未開人) "리처드 세베닉스 트렌치(1807-1896)는 그의 저서 '단어의 연구'에서 '미개인(a wild man)은 자발적(willed) 인간'이라고 적었다. 그렇다면 '미개인'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또는 원하는 것을 하는 의지의 인간, 희망과 미래 시제의 인간이 아니겠는가. 완고한 자만이 자기의 의지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다. 자기의 의지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성실하고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완고한 자는 하고자 하는 바대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성자의 인내는 그 특성이 단지 수동적인 기꺼움(willingness)이 아니라 능동적인 자발성(willedness)에 있다. 운명은 '자발적'이기 때문에 미개(wild)하다. -소로우 일기 1853. 1. 27 * '미개인(未開人)'의 .. 더보기
우리가 맑은 수정으로 남으려면 "우리가 맑은 수정으로 남으려면 얼마나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가! 세상에서 묻은 때로 인해 물체의 모습이 비치지 않는 흐린 수정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만일 우리 마음속에 자유와 평화가 없다면 우리가 기진 권리에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홀로 선 인간이 썩은 흙탕물 웅덩이와 같다면 우리의 자립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는 세상과 접촉하면서 너무 자주 마음이 흔들려 수정처럼 맑게 세상을 비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그 자체로 충분한 상태로 존재한다. 세상과 많은 관계를 가졌으나 시련을 견디지 못한 존재들이 나의 적대 세력이 되어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가시이고 껍질이다. 그들은 부드럽고 무구한 고갱이가 사라진 껍질 같은 존재, 가시만 남.. 더보기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유쾌하고 고상한 한 가지 생각만으로도 모든 사람을 하나의 종교로 묶을 수 있다. 종교의 종파가 많은 것은 사람들의 생각에 순수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로우 일기 1852. 8. 8 * 믿음과 신념은 자신의 결핍된 상황을 이겨나가고자 하는 의지이다. 올바른 믿음과 신념 그 자체로는 문제가 아닐 것이나, 그것을 주장하는 것이 지나쳐 남에게 강요하게 되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순수함에서 출발하였으나 자기 성찰이라는 여과 과정을 소홀히 한 채 어느 것 때가 묻어 순수함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 너무나 많다. 2017. 12. 31 **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기도 하고, 또한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생각을 강요받으며 살아가기도 한다. 삶의 매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성찰이라.. 더보기
사람은 말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한다 "단순 적절하게 사실을 진술하고, 경험을 완전히 소화하고, 분명히 '예'와 '아니오'를 말하는 공명정대한 사람, 풀밭 위를 나는 물새처럼, 새로운 강으로 옮겨진 뱀장어처럼 우리의 심장을 꿰뚫었던 순수와 활력 넘치는 진리를 마음에 굳게 간직한 채 어던 어려움도 참고 견디는 사람은 참으로 보기 드물다. 사람은 말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한다. 말로는 부분밖에 설명할 수 없다. 사람들은 절대적인 사물이 아니라 현존하는 제도나 인습에 매인 사물만을 말할 따름이다. 진실로 절대적인 사실을 진술한다면, 그 진술은 상식의 영역을 나와 신화적 의미나 보편적 의미를 획득할 것이다. 말하라 그러면 그 사실이 구현될 것이다. 자기 자신을 표현하려들지 말고 사실을 표현하라.... 안다면 언젠가는 말할 날이 있다.... 사물의 .. 더보기
아! 따사롭다. "나는 너무 지나치게 습관적인 생각, 반복되는 생각에 빠져 살기 때문에 간혹 지구 바깥에 또 다른 외계가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소로우 일기 1852. 8. 23 * 거실 벽 위쪽에 채광을 위한 반원 창이 있고, 보통 낮에는 옆집 지붕과 굴뚝 그리고 벚나무 가지가 보인다. 이따금 낮달이 떠있어 보는 나를 새삼스럽게 한다. 낮달도 새삼스러운지 하얀 얼굴을 하고 있다. 2018. 1. 1 ** 요즈음은 아침나절 거울에 비친 나도 하얀 얼굴을 하고 있다. 아마도 피를 맑게 한다는 약을 계속 먹어서 너무 맑아졌는지도 모르겠다. 아침나절엔 햇살이 저 반원 창을 통과해 소파에 내려앉곤 한다. 몸을 움직여 그 햇살을 얼굴에 쪼여본다. 눈부시게 웃는 햇살에 안겨 나도 따라 웃어본다. 아! 따사롭다. 지구에서 태.. 더보기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이란 무엇인가?자유롭게 굽이치는 시내를 밋밋한 도랑으로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 -소로우 일기 1850. 날짜미상 * 교육학자나 전문가가 아니니 교육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획일화된 사회체제 아래서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경험이 대부분인 나로서는 최소한 그 반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TV 음악 콘테스트 방송을 보면, 예선에선 참가자들의 서투르지만 개성넘치는 열정에 공감하며 재미있게 감상하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심사하는 사람들의 지도(?)를 거치다 보면 기교는 늘지 몰라도 열정과 개성은 줄어들어 천편일률이 되기 십상이다. 2017. 12. 13 ** 시도 때도 없이 언론에 오르내리곤 하는 이른바 '사회 지도층 인사'라는 사람들이 유일하게 사.. 더보기
내게 바빠야 할 중요한 일들이 무엇이었던가? "여기 오두막과 냇가에 이르는 오솔길이 있다. 시인이라면 들판을 가로지르는 오솔길 이외의 길로는 걸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마찻길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나는 오솔길을 걸으며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 농부의 마찻길도 필요 없다. 하물며 상업용 철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오솔길 외에 다른 무슨 길이 필요하겠는가? 길을 가는 데 발 이외에 달리 무었이 필요한가? 이 길은 한 인간이 지나다닌 자취이다. 몽상하면서 산책하는 사람에게 이 길외에 달리 무슨 길이 있어야 하는가? 마차 바퀴 자국을 따라 걸으면 감정이 죽는다. 인간 세상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오솔길은 분묭 인간의 발길에 의해 생겨났다. 자연 속에 난 오솔길에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소로우 일기 1851. 9. 4 * 대부분의.. 더보기
질병은 존재의 규칙이 아닐까? "질병은 존재의 규칙이 아닐까? 강위로 떠다니는 넓은 수련 잎 치고 벌레 먹어 구멍이 뚫리지 않은 잎은 없다. 거의 모든 관목과 교목이 혹을 갖고 있다. 때로는 그 혹이 나무의 귀한 장식물인 것만 같고 열매와 구별하기도 어렵다. 만일 비참함이 비참함을 사랑한다면 비참함은 많은 동료를 갖게 된다. 한 여름인 지금, 병들지 않은 잎이나 과일이 있다면 나에게 보여다오!" -소로우 일기 1851. 9. 1 * 우리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건강을 염려하고 신경쓰지만,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허긴 인간적이라는 말은 완벽하지 않고 어딘가 부족함이 있다는 의미이기는 하다. 연말이 다되어서야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늘 그렇듯 사람들로 넘쳐났다. 멀쩡하게 밥 먹고 걸어다닐 수있는 게 기적이다. 적어도 .. 더보기
自然 곳곳에서 보이는 모든 움직임은 순환하는 神의 모습이다 "自然 곳곳에서 보이는 모든 움직임은 순환하는 神의 모습이다. 펄럭이는 돛, 흐르는 시내, 흔들리는 나무, 불어오는 바람, 이런 것들에서 우리는 건강과 자유를 찾을 수 있다. 나는 神이 우리를 위해 세운 나무그늘에서 건강하게 뛰놀고 장난치는 것 만큼 더 품위있고 신성한 건강과 자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罪에 대한 의심 따위가 존재할 여지가 없다. 만일 인간이 이를 제대로 알고 있었더라면 대리석이나 다이아몬드로 성전 따위를 짓지 않았을 것이고, 성전 건축은 신성 모독 중의 신성 모독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낙원을 영원히 잃지 않았을 것이다." 1841. 12. 29 * 성전의 원래 의미는 어느 특정의 건축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성스러운 터전이라고 한다. 그곳은 마을을 지키는 나무아래.. 더보기
순수(純水), 초심으로 돌아가서 "인간이 창조한 모든 신들을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고 존경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851. 8. 15 * 평화와 조화를 위한 신들 간의 대화는 불가능한 걸까? 불가능하다면 그 신들을 창조한 인간들간의 대화는 가능하지 않을까? 3개 종교 -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 의 성지라는 예루살렘. 유대국가인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문제를 두고 분열과 반목이 더욱 심하다. 해묵은 반목과 증오에 갈등의 불씨를 더 얹어놓은 듯하다. 원래는 한 조상의 후손들이라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그들을 갈라 놓았나 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듯 이웃을 존중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차라리 신을 덜 사랑하더라도... 2017. 12. 19 ** 베들레헴은 '빵의 집'이라는 뜻이고, 예루살렘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