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맑은 수정으로 남으려면 얼마나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가! 세상에서 묻은 때로 인해 물체의 모습이 비치지 않는 흐린 수정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만일 우리 마음속에 자유와 평화가 없다면 우리가 기진 권리에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홀로 선 인간이 썩은 흙탕물 웅덩이와 같다면 우리의 자립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는 세상과 접촉하면서 너무 자주 마음이 흔들려 수정처럼 맑게 세상을 비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그 자체로 충분한 상태로 존재한다. 세상과 많은 관계를 가졌으나 시련을 견디지 못한 존재들이 나의 적대 세력이 되어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가시이고 껍질이다. 그들은 부드럽고 무구한 고갱이가 사라진 껍질 같은 존재, 가시만 남은 존재가 된다.
아! 이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 힘겹다. 우리의 영혼은 우리가 일하는 곳에서 염색 공의 손처럼 착색된다. 빵을 얻는 과정에서 순결을 잃기보다는 굶어 죽는 편이 차라리 더 나을 것이다. 여기 우리가 치료를 받으러 들어가기 전에 먼저 물결이 가라앉아 조용해져야 하는 베데스다의 연못이 있다. 만일 노인 안에 젊은이가 없다면, 즉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몸 안에 순진함이 없다면 그런 그는 악마의 천사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나는 인생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더 나은 인생을 열망한다.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듯 양심의 소리에 더욱더 귀 기울인다. 절제하고 겸손해진다. 그러자 갑자기 속이 꽉 찬 견과처럼 생으로 충만한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내 속에서는 지금 조용하고 부드러운 기쁨이 차고 넘친다.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먹을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한다. 쾌락과는 결별하고 나의 시혼(詩魂)에 마음을 바친다. 그래서 나의 강을 댐으로 막고 물을 나의 머리 쪽으로 모은다. 나의 머리는 생각이라는 화물을 싣는다."
- 소로우 일기 1853. 10. 26
*
우리를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것들은
하나 같이 잘 띄지 않는다.
물질에 대한 정신이 그러하고,
자연에 내재되어있는 오묘함이 그러하며,
나아가 우주의 섭리를 떠올리면
그려지는 세계 또한 그러하다.
2018.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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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구 상에 맑은 수정으로 남을 수가 있을까?
우리 마음 속에 자유와 평화가 깃들 수 있을까?
2019.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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