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의 글은 인생과 생생히 맞닿아 있다. 따라서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일기가 다른 글 보다 덜 인공적이고 더 단순하다. 일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스케치를 담을 적당한 그릇을 달리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단순한 사실과 이름과 날짜가 상상 이상으로 많은 것을 전달한다. 꽃다발에 묶인 꽃이 초원에 핀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초원의 꽃을 접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발을 적셔야 한다. 고정된 형식에 갇힌 아름다움에 무슨 유익함이 있을까?" - 소로우 일기 1852.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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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가 덜 부자연스럽고 덜 인공적인 이유는 의무감이 있거나 공적인 기록이 아닌 자발적으로 적는 사적인 기록이기 때문일 것이다. 2017.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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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자발적으로 의무감에 가득차 마지못해 일기를 써야 할 때가 있었다. 쓰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검사까지 받아야 했다. 내게도 어린 시절의 방학숙제 중 가장 어렵고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걸 일일이 검사해야 했던 담임선생님에게도 무척 고역이었으리라. 그 후유증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일기를 잘 쓰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초원의 꽃을 만나기 위해서는 발을 적실 수밖에 없듯이, 삶을 의미 있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마음을 정리해 걸러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2019.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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