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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 일기> 속 일기

과일들이 익는 가을이 오면 나의 열매도 함께 익어갈 것이다

 

" 차가운 가운데 이슬이 맺히고 대기도 맑아진다. 그윽한 정적이 흐른다. 자연에 인격과 정신이 깃든 것 같고, 자연이 내는 소리도 깊은 사색을 거쳐 나온 것만 같다.

 귀뚜라미 울음소리, 콸콸 흐르는 시냇물, 나무들 사이로 몰려오는 바람, 이 모든 것들이 우주의 끝없는 진부(陳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자연의 소리들은 진지하면서도 듣는 이를 기운차게 만든다. 
 숲 속의 바람소리에 심장이 격동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산만하고 천박했던 내가 숲의 바람소리를 듣고 갑자기 영혼이 되살아난 것만 같다. 
 조용하고 흐린 날, 검은 방울새가 하루 종일 지저귄다. 사색의 계절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려줄 어린 새 떼들이 생각난다. 아! 이렇게 살 수만 있다면 사는 동안 더 이상 산만한 순간은 없을 것이다.

 과일들이 익는 가을이 오면 나의 열매도 함께 익어갈 것이다. 자연과 마음이 언제까지라도 조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자연의 한 부분이 무성하게 자라는 계절이 되면 그에 따라 나의 어느 한 부분도 무성하게 자라날 것이다. 아! 경건한 자연 속에서 걷고 앉고 누울 수 있을 것이다. 시냇가를 걸어가면서 새처럼 즐거이 큰 소리로 기도하거나 조용히 묵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쁘게 땅과 포옹하고 즐겁게 땅에 묻힐 것이다. 비록 사랑한다는 말을 나누진 못했지만 나의 사랑을 아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땅속에 누워 추억할 것이다."  -소로우 일기  1851.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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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인간도 세상 자연의 한 부분이요 세상 에너지의 한 부분이다. 늘 그 형태만 바뀔뿐 에너지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에너지 보존법칙>에 따라 나도 땅에 묻혀 산화되어 갈 것이나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대지와 대기에 자양분으로 바뀌어 다른 생명체의 한 부분으로 태어날 것이다. 우리는 죽어도 죽지 않는 것이니 슬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때가 이르면 땅속에 누워 추억하고 미래를 꿈꿀 일이다.  2019.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