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오두막과 냇가에 이르는 오솔길이 있다. 시인이라면 들판을 가로지르는 오솔길 이외의 길로는 걸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마찻길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나는 오솔길을 걸으며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 농부의 마찻길도 필요 없다. 하물며 상업용 철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오솔길 외에 다른 무슨 길이 필요하겠는가? 길을 가는 데 발 이외에 달리 무었이 필요한가?
이 길은 한 인간이 지나다닌 자취이다. 몽상하면서 산책하는 사람에게 이 길외에 달리 무슨 길이 있어야 하는가? 마차 바퀴 자국을 따라 걸으면 감정이 죽는다. 인간 세상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오솔길은 분묭 인간의 발길에 의해 생겨났다. 자연 속에 난 오솔길에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소로우 일기 1851.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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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들이 쏜살같이 달리는 대로를 마다하고 이면도로로 걷기를 더 즐겨한다. 이왕이면 아예 자동차가 통행 할 수 없는 골목길을 더 선호한다
조선시대에도 종로로 말타고 행차하는 양반들에게 고개 숙이기 싫은 서민들이 즐겨 통행했다고 하여 골목길 이름도 피맛골(피마길, 避馬-)이 되었다고 한다.
아득한 신입사원시절 점심시간이면 들르고 했던 청진동 골목의 콩나물국밥집, 해장국집, 저녁 퇴근하며 따끈한 대포 한잔 기울이던 포장마차가 새삼 기억난다. 아! 너무나 멀리 와 버렸다. 2017.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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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따뜻한 낮. 오늘도 서곡천을 따라 천천히, 예전의 절반 정도 속도로 걷는다. 겨울내내 개천을 오르내리며 물장구치던 청둥오리들도 떠난지 이미 오래다. 길섶의 어린 나무 가지들도 물이 오르고 민들레랑 냉이들도 제법 자랐다. 멀리 차들이 오가는 모습도 이곳에서는 무척 한가롭게 보인다.
내게 바빠야 할 중요한 일들이 무엇이었던가? 아프고 나서 바라보는 세상이 새삼스럽다. 2019. 0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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