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우의 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그 향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간직되지 못하는 건 왜일까 "만일 당신이 작가라면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각오로 글을 써야한다. 남은 시간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대 영혼에 맡겨진 순간순간을 잘 활용하라. 연감의 잔을 최후의 한방울까지 비워라. 영감의 잔을 비우는 일이 너무 지나치지 않을까 하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하지 않으면 세월이 흐른뒤 후회하게 될것이다. 봄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봄에는 비가 뿌리까지 스며들어 젖는다. 가만히 있어도 힘이 솟아나 꽃봉오리로 터져 나온다. 그러나 이 풍요의 계절은 인생에서 아주 짧은 기간에 불과하다." 1852. 1. 24 * 북쪽 마당을 돌아 창고로 가다가 울타리에 피어난 인동꽃 자태에 발걸음을 멈추고, 그 향기에 취해 문득 아득해지곤 했다. 몇년 전 회사생활로 경기도 화성에 머물 때 운동삼아 그곳 초등.. 더보기 내 최초의 기억 "자연은 인간적 견지에서 보아야 한다. 자연의 경치는 인간적인 애착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향의 경치는 여느 경치와 다르다. 자연은 찬미하는 자에게 큰 의미를 지니고, 그는 또한 인간에 대한 찬미자이기도 하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자연은 아무런 도덕적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1852. 06. 30 * 내가 태어난 곳은 서울 동대문 밖 창신동이라지만, 내 최초의 기억은 서너 너댓 살 무렵의 파로호 언저리 화천수력발전소 사택 동네이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꽃 피우던 복숭아나무, 여름 뒷산을 지천으로 물들이던 산나리 꽃, 가을이면 가시 찔려가며 주워 구어 먹던 밤톨들, 호숫가에서 세상을 등진 듯 밤이나 낮이나 세월을 낚던 강태공 아저씨들, 성탄절이면 강냉이 얻어 먹으려 올랐던 언덕 위 판.. 더보기 사실 사람들 사이의 평판이란 "어떤 사람은 말로 거짓말을 하여 나쁜 평판을 듣고, 또 어떤 사람은 예절로 거짓말하여 좋은 평판을 듣는다." 1852. 6. 25 * 사실 사람들 사이의 평판이란 잠깐 울렸다 사라지는 소리와 같다. 제대로 된 평가는 그 소리가 사라진 후 긴 침묵 속에 이루어 진다. 2017. 12. 29 더보기 정신을 자유롭게 하고 존재를 우주 속에 두라 "절실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만이 적절한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절실하게 살고자 하는 생각만이 정당한 삶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 발휘되는 능력을 제외하고 모두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 에너지는 현재 쓰이는 능력에만 집중한다. 마음을 흩트리지 말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 약속은 적게 하라. 정신을 자유롭게 하고 존재를 우주 속에 두라. 그러면 언제 어느 곳을 막론하고 귀뚜라미의 계절에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귓전을 떠날 날이 없을 것이다. 그 소리를 얼마나 잘 알아듣는가에 따라 한 사람의 정신이 얼마나 고요하고 건강한지 알 수 있다." 1851. 07. 07 * 둔내 오두막 시절, 가을 저녁이면 사위는 고요한 가운데 귀뚜라미랑 풀벌레들 소리가 더욱 요란했다. 귀뚜라미는 오른쪽 안쪽날개에 돋아난 줄(fil.. 더보기 극히 정직한 목적 속에서 얻어지는 단순한 삶! " 맑고 평온하다. 바람 한점 없는 날, 호수가 잔잔하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맑음과 고요가 이따금씩 우리를 찾아온다. 우리가 온전한 법칙에 무의식적으로 순종한 결과이다. 이때야 비로소 우리는 수정같이 맑은 잔잔한 호수가 된다. 애쓰지 않더라도 깊은 물 속이 들여다 보인다. 세계가 우리 곁을 지나간다. 호수를 들여다보면 저 깊은 곳에 세계가 보인다. 명경같은 맑음! 오직 순수를 통해서만 얻어지는 고요! 극히 정직한 목적 속에서 얻어지는 단순한 삶! 우리는 살며 즐거워한다." 1851. 06. 22 * 예전 둔내 태기산 골짜기 오두막 시절. 집앞 샘에서 내려오는 물길 중간에 연못을 팟었다. 버섯농사를 지으며 좀더 깨끗한 물을 쓰기 위함이었다. 해가 갈수록 풀이며 나무가 연못가에 생겨나 꽃도 피었다.. 더보기 우리는 늘 하늘과 땅사이에 있을 뿐이다 "우리는 틀림없이 요정의 나라에 살고있다. 어디를 가든 우리는 언제나 지평선을 따라 나아간다. 볼록한 지구를 오르고 또 오르지만 우리는 늘 하늘과 땅사이에 있을 뿐이다. 태양빛과 별빛과 인간의 거주지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1851. 06. 07 * 땅의 끝과 하늘이 만나는 선을 우리는 지평선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만나는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 그곳에 도달하면 하늘과 땅이 만나는 일은 없다. 언제나 지평선을 따라 나아갈 뿐이다. 우리는 언제나 길의 끝으로 여겨지는 곳을 향해 가지만, 실제로 길은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삶의 끝으로 여겨지는 곳을 향해 나아가지만, 어쩌면 그곳엔 삶의 끝은 없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형태의 존재가 되어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니까. 2017... 더보기 여행자! 나는 이 말을 사랑한다 "여행자! 나는 이 말을 사랑한다. 여행자라는 이유만으로 존경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우리의 인생을 가장 잘 상징하는 말이 '여행' 아니겠는가. 개인의 역사란 결국 요약하면 '어디'에서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1851. 07. 02 * 그러고 보면 우리는 끝 모를 거대한 우리 우주의 한 구석 태양계 중에 작은 별을 거쳐가는 '지구별 여행자'들이다. 류시화 시인의 가 떠오른다. 2017. 12. 15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그대 길 떠나야 하리...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자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그대가 살아온.. 더보기 詩人이란 "詩人이란 결국 자신의 마음을 주시하며 사는 사람이다. 진기한 것을 생략하고 평범한 것만을 말하는 것이야 말로 시의 진실한 주제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몫 - 미천한 인생, 헤지고 초라한 오두막, 무미건조한 일상, 불모의 들판 - 을 나에게 주되 내가 시적 자각만 풍부하게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 1851. 08. 28 * 詩人이란 글로 써서 책으로 펴내는 사람을 지칭하지는 않을 것이다. 詩心을 마음에 간직하고 생활 속에서 몸으로, 행동으로 그것을 써내려가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진정한 시인일 것이다. 2017. 12. 25 ** 詩 / 파블로 네루다 (1904 - 1973)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 더보기 어떻게 해야 우리의 삶이 詩가 될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우리의 삶이 詩가 될수 있을까? 삶이 詩가 아니라면 우리의 삶은 詩가 아니라 죽음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삶에 너무나도 넌덜머리가 나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원래 사람들은 일상의 삶 따위를 문제 삼지 않고도 잘 살아 갈 수 있기 때문일까? 나는 가장 중요한 물음은 우리가 어떻게 생계를 꾸려가야 올바른 생을 살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물음에 대한 진지한 해답을 찾고자 한 책을 아직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다. 물론 물려받은 재산으로 사는 사람들이나, 정직하지 못하게 그릇된 방법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은 이 물음에 대답할 자격이 없다. 우리 사회는 많은 기술을 갖추었지만 이점에 대해서만은 아무런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을 즐기는 .. 더보기 세이지 잎을 가꾸듯 가난을 가꾸자 "세이지 잎을 가꾸듯, 정원의 풀을 가꾸듯 가난을 가꾸자. 옷이든 친구든 새로운 것을 얻으려고 너무 애쓰지 말자. 새것을 탐냄은 일종의 방탕이다. 헌옷은 뒤집어서 다시 꿰메고 옛 친구에게로 돌아가자.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우리 인간들이다. 거미처럼 늘 다락 한구석에 갇혀 있더라도 내가 사색하는 인간인 이상 세계는 나에게 조금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1850. 10. 날짜미상 * 은퇴하고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꼭 실천해야 할 일들도 그다지 많지 않다. 그나머지 일들은 사색과 상념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소유에 따르는 번거로움과 부작용에 어느 정도는 익숙해진 탓이리라. 세상은 공평해 나이들어가는데 따르는 단점이 있는 대신 잘 살펴보면 장점도 있다. 꼭 필요한 것인가, 꼭 해야하는가를 한 번 ..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