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인간적 견지에서 보아야 한다. 자연의 경치는 인간적인 애착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향의 경치는 여느 경치와 다르다. 자연은 찬미하는 자에게 큰 의미를 지니고, 그는 또한 인간에 대한 찬미자이기도 하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자연은 아무런 도덕적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소로우 일기> 1852. 0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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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곳은 서울 동대문 밖 창신동이라지만, 내 최초의 기억은 서너 너댓 살 무렵의 파로호 언저리 화천수력발전소 사택 동네이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꽃 피우던 복숭아나무, 여름 뒷산을 지천으로 물들이던 산나리 꽃, 가을이면 가시 찔려가며 주워 구어 먹던 밤톨들, 호숫가에서 세상을 등진 듯 밤이나 낮이나 세월을 낚던 강태공 아저씨들, 성탄절이면 강냉이 얻어 먹으려 올랐던 언덕 위 판자 교회당, 엄마를 졸라 사탕 얻어 먹던 마을 구판장, 새벽이면 강가 피어 오르는 물안개 헤치고 구령과 함께 구보하며 나타나곤하던 인근 부대 군인 아저씨들...
그 곳을 수십 년 후 방문해 아련한 기억을 더듬었었다. 남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촌동네이겠지만, 내게는 꿈인 듯 생시인 듯 아련하기만 한 게 마지막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2017.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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