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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문



<비상문>


 3호선 고속터미널 역.

예술의전당으로 가는 지하철 승강장.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읽다.


 “… 모두가 떨어진다.

그런데 이 추락을 한없이 다정하게

안아주고 있다. 누군가가.”


 그게 누구일까?

.

.

맨 아래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

.

 비상시 사용하는 문



 비상문(非常門)!

스크린 도어를 정비하다 희생된

계약직 청년의 앳된 얼굴이 유리창에 떠올랐다.


 비상식(非常識)!

그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세상의 문은 아닐까?

아니다!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된다!


 비상문(飛上門)!

꿈꾸는 사람들을 안아서 그곳을 향해

날아 오를 시 열리는 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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