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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도, 우리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이 아니던가요? 세월은 우리들 얼굴에 깊은 주름살을 남기지만, 살아가며 가슴속에 응어리 진 상처를 아물게도 합니다. 다만 그 상처가 너무 깊으면 배어 나와 얼굴에 각인되기도 하더군요. ​ 잊혀져 가는 노 배우들의 눈부셨던 시절처럼 우리들에게도 빛나는 시절이 있었지요. ​ "Things do not change; we change."(세상 만물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우리들이다.) ​ 인류가 그토록 찾고자 한 변하지 않는 眞理가 사회나 제도나 법률이 아닌, 우리가 그 품에 안겨 살아가는 自然에 면면히 흐르고 있음을 새삼 발견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자신의 일기(Journal)와 저서인 월든(Walden)에도 남긴 말입니다. ​ 더 젊은 시절엔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 옛말을 곧이 곧 대로 받아들이곤 했지만.. 더보기
봄날 텃밭에서 고대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BC106 – BC43)는 그의 저서 에서 노년기가 만족스럽지 못한 네 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대체 노년기에 접어드는 것이 불만족스러운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니 거기에는 적어도 네 가지 이유가 존재했다. 첫째는 활동이 부자유스러워진다는 점, 둘째는 체력이 노쇠해진다는 점, 셋째는 육체적인 쾌락을 누릴 수 없다는 점, 넷째는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다는 점이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불만족스러운 점들만 나열하는데 그쳤다면, 과연 키케로의 책이 후대에 걸쳐 그토록 면면히 읽혀 내려올 수가 있었을까? 역시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렇게 적고 있다. “소년은 유연하고, 청년은 저돌적이며, 장년은 위엄이 있고, 노년은 원숙하다. 이러한 자질들은 제철이 되어 거두어.. 더보기
아! 미얀마! 은둔의 나라 미얀마가 또다시 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 ‘정치’의 의미를 사전을 통해 다시 살펴본다. 즉, ‘국민들이 인간답게 삶을 영위하도록 보호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권력을 잡고 행사함으로써 국가를 다스리는 수단’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목적과 수단이 조화를 이뤄야 올바른 정치일 것이다. 그런데 수단이 목적을 뒤 덮어 가려버리면 어떻게 될까? ​ 예전에 업무 차 방문했던 양곤에서의 장면들을 주마등처럼 떠올린다. 그 때도 열대의 태양은 풍요로운 들판과 가난한 집 창가를 가리지 않고 고루 비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도 보이지 않는 것들에 뒤 덮여 가려진 상황이었다. ​ -양곤 착륙 비행기에서- 드넓은 들판에 파릇파릇한 논과, 추수하는 이웃 논과, 이제 막 모를 심는 그 이웃.. 더보기
뉴스 오브 더 월드 신문사 편집인이었던 그는 남북전쟁(1861~1865) 참전 중 사랑하는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전쟁이 끝나도 마땅히 돌아갈 곳이 없던 그는 텍사스의 이곳저곳을 떠돌며 뉴스 읽어주는 일을 한다. 에라스 카운티의 한 광산, 멕시칸과 인디언들을 포함한 노동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들으려 모였다. 광산 고위 관계자는 그에게 그 지역신문을 건네주며 거기에 있는 기사를 읽어주라고 주문한다. 탈출한 광산 노동자들이 발각되어서 돌에 맞는 그림이 삽입된 뉴스이다. ​ 잠시 난감해하던 그는 눈으로는 그 신문의 그 기사를 읽지만, 입으로는 전혀 다른 기사를 읽어준다. 열악한 환경의 광산에서 폭발사고로 갱도가 무너져 일부가 죽거나 다쳤으나, 나머지 생존자들은 동료들이 필사적으로 구조 작업 중이라는 뉴스였다. ​ 이 .. 더보기
현실과 상상과 환상의 시간들 1. 현실과 상상의 시간 ​ 일선에서 은퇴한지도 벌써 여섯 해. 바쁠 것도 없건만 시간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쉼 없이 흘러간다. 그 흐름 속에 내가 직접 부딪치는 현실의 시간들은 점점 줄어든다. 반면 과거를 돌아보거나 앞날을 가늠해보는 상상의 시간들은 점점 늘어간다. ​ 언제 진정될지 모르는 코로나19 재난에 더하여, 아무래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일 것이다. 자문자답自問自答, 그렇게 혼자 주고받는 시간이 많아서 일 것이다. 평소 관심 있던 책들을 읽고, 가슴에 생각들이 쌓이면 더 굳어지지 전에 꺼내 글로도 옮겨 보고, 텃밭 마당에 나가 하늘 향해 기지개 켜며 심호흡도 하고, 숙면을 위해 베란다에 나가 겨울 햇볕을 끌어 모아 온몸에 쪼이고, 오디오 북을 들으며 서곡천瑞谷川 물길 따라 강아지랑 산책을 .. 더보기
시비를 넘어선 지혜 요즘 우리 사회는 나는 옳은데 상대는 그르다는 이분법적 주장들이 더욱 많아진 것 같다. 더욱이 반목이 거듭될수록 그 경계가 모호해져 나 자신도 내가 그간 뭔가 잘 못 알고 살아온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는 고전을 펼쳐 그 속에서 내 삶을 반추해 보기도 한다. '상대방이 그르다고 하는 것을 옳다고 하고 싶고, 상대가 옳다고 하는 것을 그르다고 하려면, 시비를 넘어선 지혜에 따라야 할 것이다.' -장자 / 제물론- 欲是其所非 而非其所是 則莫若以明 -莊子 / 齊物論- 백과사전에 따르면 시비(是非 right and wrong)란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것’이고, 시비를 넘어선 지혜(智慧 wisdom)란 ‘대상을 깊게 이해하고 깨달아서 자신을 이에 맞출 것인가를 헤아리는 것’이라고 하였다... 더보기
걱정 8.15 광복절 날, 만주에서 독립운동하신 할아버지에게 추서한 건국훈장을 비로소 받아 든 친구는 40여 년 전부터 애쓰셨던 아버지도 떠올라 마음의 짐 조금은 내려놓고 어깨의 짐도 얼마간 내려놓게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루 종일 비 내리고 무거웠던 광복절 날, 가볍지만은 않았던 내 마음도 그 친구의 어깨에 얹어 잠시 내려놓았습니다. 살아보니 가장 후회스러웠던 게 무어냐고 우리네 어르신들께 여쭈니, 자나 깨나 걱정하며 살았던 거라 더군요. 그런데 지나놓고 보니 대부분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더군요. 그래도 남는 것은 마땅히 했어야 했는데 정작 걱정스러워 하지 못한 일이라 더군요. 때로는 걱정스러워 뒷걸음질 치기도 했고, 입을 다물기도 했으며, 외면하기도 하며 살았던 거라 더군요. 내 마음도 후회하는 어르신.. 더보기
<일본 소고> 8. 정당하고 정의롭게 8. 정당하고 정의롭게 역사적으로 고대로부터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로 건너간 사람들은 수 없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 문부성 ‘유전자 프로젝트’ 분석 결과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도래인이 전체 일본인의 80%를 차지할 만큼 일본인 형성에 크게 기여 했다. 특히 중국인보다는 한반도에서 온 사람들이 더 많았으며 관서지역에는 한반도에서 건너 온 사람의 후예로 추정되는 유전형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또한 혼슈 지역 일본인은 아이누인, 류큐인등의 선주민보다 한국인과 유전적 거리가 더 가깝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가야를 비롯한 4국이 전성기를 이룰 때 일본 열도에는 여러 부족이 난립하여 군소지역으로 분할 된 단위부족국가를 형성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시기에 가야계는 앞서 언급했듯이 가장 먼저 대마도를 경유하여.. 더보기
<일본 소고> 7. 사실날조, ‘삼한 정벌 설화’로 인한 비극 7. 사실날조(史實捏造), ‘삼한 정벌 설화’로 인한 비극 역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앞서 언급된 ‘왜왕후 진구의 삼한 정벌 설화’ 역시 그 당시의 한반도 삼한과 무관한 기록이라고 하였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여기서의 삼한은 한반도의 삼한이 아닌, 그 당시 삼한이 지배했던 규슈 북부나 대마도 지역이었다는 학설도 있다. 따라서 현재는 아무도 한반도와 관련된 사실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여부를 도외시한 채 기나긴 역사 기간 동안 저들의 뇌리에 적개심과 함께 고정관념으로 자리잡아 이러한 설화를 빌미로 한반도에 막대한 피해를 입혀왔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그 것이다. 400여 년 전 임진왜란을 일으켜 한반도를 유린하고, 나아가 100여 년 전 강제로 점령해.. 더보기
<일본 소고> 6. 역사왜곡, 임나/일본부의 모순과 억지 6. 역사왜곡(歷史歪曲),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의 모순과 억지 일본서기에는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가 있는데, 오늘날 저들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가야를 임나 / 일본부로 교묘하게 표시해 마치 저들의 식민지였던 것처럼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국명이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AD 670년이므로 50년 후에 편찬된 책에서 수백 년 전 역사에 일본이 등장한다는 것은 의도적인 해석오류가 아니면 악의적인 왜곡이 아닐 수 없다. 그 당시 일본의 국명은 엄연히 『왜(倭)』였기 때문이다. 한편 한일고대사 관련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많은 연구 논문과 학술저서를 발표한 고(故) 최재석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에 따르면 위쪽 왼편에 정리한 그림 자료에서 보듯 “우리 역사서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의 가야사 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