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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도, 우리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이 아니던가요?

 

 세월은 우리들 얼굴에 깊은 주름살을 남기지만, 살아가며 가슴속에 응어리 진 상처를 아물게도 합니다. 다만 그 상처가 너무 깊으면 배어 나와 얼굴에 각인되기도 하더군요.

잊혀져 가는 노 배우들의 눈부셨던 시절처럼 우리들에게도 빛나는 시절이 있었지요.

 

 "Things do not change; we change."(세상 만물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우리들이다.)

 

 인류가 그토록 찾고자 한 변하지 않는 眞理가 사회나 제도나 법률이 아닌, 우리가 그 품에 안겨 살아가는 自然에 면면히 흐르고 있음을 새삼 발견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자신의 일기(Journal)와 저서인 월든(Walden)에도 남긴 말입니다.

 더 젊은 시절엔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 옛말을 곧이 곧 대로 받아들이곤 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 만도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 만물이 순환되는 근본원리는 예나 지금이나 보태고 뺄 것도 없이 변한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눈에 띄게 변한 건 대부분 사람들의 손을 거쳐간 것 들이더군요.

 

 나이 들어서야 읽어보는 '노자'의 말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들만 흠모해 이를 따르려 하지만, 이는 아름답지 않다고 여기는 것들을 만들어내고 나아가 혐오하게도 한다.

착하다고 여기는 것들만 흠모해 이를 따르려 하지만, 이 또한 착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들을 만들어내고 나아가 증오하게도 한다.

 아울러

'있음'有도 따로 없고 '없음'無도 따로 없으니, 있거나 없는 것은 서로 상대적으로 만들어낸 관념에 불과할 뿐이다.

'긴 것'長도 따로 없고 '짧은 것'短도 따로 없으니, 길고 짧은 것은 상대적으로 나타내는 관념에 불과할 뿐이다.

'높은 것'高도 따로 없고 '낮은 것'下도 따로 없으니, 높고 낮은 것은 서로 상대적으로 의존하는 관념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자연에는

아름답다거나 아름답지 않다는 차별이 따로 없으며, 따라서 혐오해야 할 일도 따로 없다.

착하다거나 착하지 않다는 차별이 따로 없으며, 따라서 증오해야 할 일도 따로 없다.

있고 없음의 차별도 따로 없고, 길고 짧음의 차별도 따로 없으며, 높고 낮음의 차별도 따로 없다.

따라서 자연에 순응하는 세상 만물은 애써 이루거나 변할 필요가 없으니 저절로 그러하게 존재할 뿐이다."

 

 글을 적어나가다 보니 이런 의문도 듭니다.

 

 만약에 나, 우리, 지구별, 태양계, 은하계... 나아가 이 모두를 아우르는 우리 우주에 끝이 있다면, 그래서 우리 우주 밖에서 그 안을 들여다본다면, 나선 원반의 변두리 티끌에 불과한 우리 태양계 지구 상에서 우리가 논하는 변화가 과연 변화 축에 끼기나 하는 걸까요?

 

 설령 보일 듯 말 듯 한 변화가 감지된다 한들, 우리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이요 우리 우주도 자연의 대부분인 한 우리 인간도 애써 이루거나 변할 필요가 없이 저절로 그렇게 존재하면 되는 게 아니던가요?

 

 세월이 흘러간다고 한들 정작 세월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반복되는 게 아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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