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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텃밭에서

 

 

고대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BC106 BC43)는 그의 저서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에서 노년기가 만족스럽지 못한 네 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대체 노년기에 접어드는 것이 불만족스러운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니 거기에는 적어도 네 가지 이유가 존재했다.

첫째는 활동이 부자유스러워진다는 점, 둘째는 체력이 노쇠해진다는 점, 셋째는 육체적인 쾌락을 누릴 수 없다는 점, 넷째는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다는 점이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불만족스러운 점들만 나열하는데 그쳤다면, 과연 키케로의 책이 후대에 걸쳐 그토록 면면히 읽혀 내려올 수가 있었을까? 역시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렇게 적고 있다.

 

소년은 유연하고, 청년은 저돌적이며, 장년은 위엄이 있고, 노년은 원숙하다. 이러한 자질들은 제철이 되어 거두어들일 수 있는 자연의 결실과도 같은 것이다.”

 

봄은 유연하게 만물을 움트게 하고, 여름은 왕성하게 자라게 하며, 가을은 무르익어 고개를 숙이게 하고, 겨울 또한 그간의 수고를 내려 놓고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준비를 하듯이, 우리네 인생의 각 단계도 좋고 나쁨이나 높고 낮음이 따로 없으며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키케로는 은퇴 후 텃밭 농사를 지으며 노년을 보냈다. 날마다 텃밭에 나가 생명이 움트고 자라 이윽고 결실을 맺는 광경을 지켜보며 삶의 행복을 만끽하였다.

 

콩 심으면 새싹 돋아 활기차게 커서 열매 맺고 어느덧 익으니 콩이 튀어 구를 것이고, 깨 심으면 그렇게 때가 되어 깨가 쏟아질 것이다. 애지중지 모종들도 심으면 제 각각 자라서 그 결실을 맺을 것이다.

 

봄에는 모두가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유연하다. 새싹들처럼, 어린 아이들처럼…

자칫하면 굳어지기 쉬운 노년의 삶도 봄에는 이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가까이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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