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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8.15 광복절 날, 만주에서 독립운동하신 할아버지에게 추서한 건국훈장을 비로소 받아 든 친구는 40여 년 전부터 애쓰셨던 아버지도 떠올라 마음의 짐 조금은 내려놓고 어깨의 짐도 얼마간 내려놓게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루 종일 비 내리고 무거웠던 광복절 날, 가볍지만은 않았던 내 마음도 그 친구의 어깨에 얹어 잠시 내려놓았습니다.

 

 살아보니 가장 후회스러웠던 게 무어냐고 우리네 어르신들께 여쭈니, 자나 깨나 걱정하며 살았던 거라 더군요. 그런데 지나놓고 보니 대부분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더군요. 그래도 남는 것은 마땅히 했어야 했는데 정작 걱정스러워 하지 못한 일이라 더군요. 때로는 걱정스러워 뒷걸음질 치기도 했고, 입을 다물기도 했으며, 외면하기도 하며 살았던 거라 더군요.

 

 내 마음도 후회하는 어르신들 마음과 똑같아서 이런 생각도 들었지요. 사실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이라고 걱정이 전혀 없으셨을까? 옳다고 믿어 앞장서 나서신 분들이라고 두려움이 전혀 없으셨을까?

 

 아마도 있으셨겠지요. 다만 그때마다 그 반대쪽에다가 욕심을 조금씩 덜어내 내려놔 마음을 가볍게 하셨을 겁니다. 그렇게 후회가 적은 길을 택해 걸어가셨을 겁니다.

 

 기인우천( 杞人憂天), 옛날 기나라 어떤 사람은 혹시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꺼질까 걱정 아닌 걱정도 하며 살았나 보더군요. 천지우인(天地憂人), 그러나 오늘날은 하늘과 땅이 오히려 사람들을 걱정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사람들이 괜한 욕심에 자신들을 무너트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말입니다.

 

 설마 하늘과 땅의 품이 얼마나 크고 너른데, 우리 사람들 때문에 걱정할 리는 만무하겠지요. 날이 바뀌면 다시 해가 비춰줄 게고, 하늘과 땅은 다시 우리들 마음을 감싸 안아 후회가 적은 길로 인도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