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詩作메모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그때도 거리는 있었고 자동차는 지나갔다. 가을에는 퇴근길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형식을 찾지 못한 채 대부분 공중에 흩어졌다. 적어도 내게 있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력감이 육체에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알았다. 그때 눈이 몹시 내렸다. 눈은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상은 눈을 받아주지 않았다. 대지 위에 닿을 듯하던 눈발은 바람의 세찬 거부에 떠밀려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하늘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처럼 쓸쓸한 밤눈들이 언젠가는 지상에 내려앉을 것임을 안.. 더보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장자의 우주, 자연 그리고 道 『원래 원시 지구의 대기는 수소로 가득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약 10억 년 전쯤부터 식물들이 협동 작업을 통해 지구 환경을 엄청나게 변화시키기 시작하였다. 그 시절 바다를 가득 메운 단순한 녹색 식물들이 산소 분자를 생산하기 시작하자 자연히 산소가 지구 대기의 흔한 물질 중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지구 대기의 성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생명 현상에 필요한 물질이 그때까지는 비 생물학적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으나, 산소 대기의 출현으로 지구 생명사의 신기원이 세워진 것이다. 산소는 유기 물질을 잘 분해한다. 사람은 산소를 좋아하지만, 무방비의 유기물에게는 근본적으로 독이나 다름없다. … 지구 대기의 질소는 산소보다 화학적 활성도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훨씬 무해한 분자이다. 그렇지만 지구 대기에.. 더보기 우리가 맑은 수정으로 남으려면 "우리가 맑은 수정으로 남으려면 얼마나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가! 세상에서 묻은 때로 인해 물체의 모습이 비치지 않는 흐린 수정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만일 우리 마음속에 자유와 평화가 없다면 우리가 기진 권리에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홀로 선 인간이 썩은 흙탕물 웅덩이와 같다면 우리의 자립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는 세상과 접촉하면서 너무 자주 마음이 흔들려 수정처럼 맑게 세상을 비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그 자체로 충분한 상태로 존재한다. 세상과 많은 관계를 가졌으나 시련을 견디지 못한 존재들이 나의 적대 세력이 되어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가시이고 껍질이다. 그들은 부드럽고 무구한 고갱이가 사라진 껍질 같은 존재, 가시만 남.. 더보기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