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스승 ’어머니’
”하필이면 왜 코끼리를 타고 가는 거죠? 말을 타고 가면 훨씬 빠를 텐데 말이에요.”
어머니의 물음에 노인이 대답했습니다.
“난 길을 모른다오. 오로지 이 코끼리만이 그 길을 알고 있다오”
그러자 어머니가 주장하듯 말했습니다.
“그건 말도 안돼요. 코끼리 만이 알고 있다니… 코끼리 보다는 말이 훨씬 더 똑똑할 텐데…”
지혜로운 노인이 다시 대답했습니다.
“누가 더 똑똑한지는 중요치 않아요. 누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지요.”
저를 잉태하며 꾼 어머니의 태몽은 한 번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채 끝이 났다고 합니다.
…..
<어머니는 매우 솜씨가 좋습니다. 어머니는 손을 쓰지요. 아름답고 다채로운 실과 거울 조각들, 조그만 바늘을 가지고 바느질을 해서 멋진 숄이나 치마나 블라우스를 만듭니다. 그런데 우리 누이는 "어머니, 숄 하나 만드는데 너무 오래 걸려요. 여섯 달이나요. 제가 어머니께 선물을 할게요. 수놓는 기계를 사드리겠어요.”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왜? 왜, 수놓는 기계를 사준다는 거냐?”
“시간을 절약해 줄 테니까요.”
“시간을 절약해? 시간이 부족하니? 신이 시간을 만들 때 넉넉히 만들었단다. 어리석은 아이야! 무한한 것을 절약하려고 하는구나. 그리고 너는 한도가 있는 것을 소비하려고 하고 있어. 전기니 금속이니 기계를 만드는데 쓰는 모든 재료들, 그런 것은 한도가 있는 자원이지. 너는 무한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한도가 있는 자원을 쓰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그만 둬. 나는 바늘을 쓰는 게 좋아!”>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부분
*구도의 길을 떠나다
자이나교 구루 툴시는 붓다의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그대를 속이려고 한다면, 그저 속이려고만 하지 때리지는 않는 것이라 생각하라. 만일 그들이 그대를 때린다면, 그저 때리기만 할 뿐 상처를 입히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라. 만일 그들이 그대에게 상처를 입힌다면, 상처만 입히지 죽이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라. 그리고 만일 그대를 죽인다면, 그들이 육체에서 영혼을 해방시켜 주었다고 생각하라.’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대에게 축복을 내리고, 자기를 버리는 구도의 길을 떠나도록 허락하겠다.”
*간디에게서 깨달음을 얻다
간디는 현세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없는 종교는 참 종교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종교가 인간을 인생과 현실에서 등 돌리게 한다면 그것은 현실도피일 뿐이며, 진실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생활 속에 깃들어 있으니 개개인은 자신의 삶 속에서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간디의 주장이었습니다.
*아시람(공동체) 지도자 비노바 바베의 가르침
비노바 바베가 내게 말했습니다.
“승려의 삶을 버림으로써 그대는 참된 구도의 길을 찾게 된 것이다. 현실을 저버린 채 구도의 길을 걸어서는 결코 구원에 이를 수 없다, 그리고 기억해 두어라. 승려의 직분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워진 것처럼 이 세상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말아라. 삶이 이끄는 대로 그냥 흘러가라. 우리는 끊임없이 흐름으로써 깨끗함을 유지하는 강물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만일 강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여있다면, 그 물은 썩어서 악취를 풍기고 해충이 생겨날 것이다. 우리는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가야 한다.”
*평화를 위한 순례
동료는 버트런드 러셀이 런던에서 반핵시위도중 체포되었다는 기사를 읽어주었습니다.
“오늘날 인류의 운명은 소수 국가, 소수 권력층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인류를 핵전쟁의 위협으로 끌고 가는 소수 권력층의 음모를 파헤쳐야 할 때입니다.”
러셀이 체포 전에 한 말을 들은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흔 살 노인도 인류를 위해 감옥에 가는데, 젊은 우리는 지금 무얼 하는 건가?”
“우리의 여행은 ‘평화를 위한 순례’가 되어야 해. 핵을 보유한 나라의 수도를 찾아가서 핵폭탄의 망령을 몰아내는 거야.”
*두 가지 무기
“이번 순례 여행은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러자면 스스로를 지킬 무엇인가가 필요할 테니 내가 두 가지 무기를 선물하겠다.”
아시람 지도자 비노바 바베가 그런 말을 하자 나는 물었습니다.
“비폭력을 추구하는 우리가 어떻게 무기를 지닐 수 있겠습니까?”
비노바 바베는 다시 말했습니다.
“비폭력을 따르는 자도 거기에 합당한 무기를 지닐 수 있다. 첫 번째 무기는 어디를 가건 채식주의를 지키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단 한 푼도 몸에 지니지 말라는 것이다.”
“채식을 계속하라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오래 여행해야 하는데 돈을 가져가지 말라니요?”
내 물음에 비노바 바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는 승려로서 9년 동안이나 탁발을 하고 살았으면서도 그걸 이해 못한단 말인가? 항아리는 비어 있어야만 속을 채울 수 있는 법. 참된 인간관계에 돈은 장애가 될 뿐이다. 순례를 하다 지쳤을 때 돈이 있다면 호텔에서 잠을 자고 멋진 식당에서 식사를 할 테니 사람을 만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돈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가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도움을 받게 되었을 때 자네는 ‘저는 채소만 먹습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 이유를 물을 것이고, 그러면 비폭력과 평화에 대한 자네의 생각을 말하면서 그들과 친분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무일푼’이라는 무기
돈을 한 푼도 지니지 않고 낯선 세계를 여행함으로써 부자와 빈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가 서로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모두 똑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편안한 침대에서 잠을 자건, 헛간 바닥이나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을 자건,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고마운 선물일 뿐이었습니다.
우리의 여행은 최종 목적지가 없는 여행이었습니다. 여행과 목적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생각과 행동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나는 곧 여행 그 자체였습니다.
내 어머니는 방랑하는 꿈을 꾸면서 나를 가졌고, 나의 방랑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승려로서, 아시람 지도자 비노바 베체와 함께 그리고 지금의 평화 순례까지, 나는 방랑을 통해 모든 지혜를 얻어 왔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참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나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었습니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정말로 선과 악은 존재하는 것일까?’
몇 번이나 거듭 생각해 보았지만 무관심과 이기심, 지혜, 겸손만 있을 뿐 선과 악으로 정확히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긍정과 부정,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있지만, 그것들이 선과 악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선이라고 생각하던 것이 어느 순간에는 악이 되기도 하고, 악이라고 생각하던 것도 어느 순간에는 숨겨진 선임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는 종종 내 자신의 언어유희의 덫에 걸리기도 하고, 수많은 개념과 인식과 편견에 구속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연스런 흐름 속에서 나 자신을 맡겨두면 모든 추상적인 개념의 사슬에서 벗어나 참다운 본래의 나로 돌아가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 자신이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느껴집니다. 색깔도, 맛도, 뚜렷한 형체도 없는 자연 그대로인 강물처럼 말입니다. 물도 고이면 썩고 말지만, 그러한 상태를 극복하고 자연스럽게 흘러 갈 때는 깨끗함을 다시 유지할 수 있게 마련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생각과 사람과 사물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참다운 본래의 나로 돌아 갈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은 바로 그러한 자아실현을 향한 끝없는 추구였던 셈입니다.
*사티시 쿠마르(Satish Kumar 1936. 8. 9~ )
아홉 살 때 자이나교 승려가 되어 세속의 인연을 멀리한 채 9년간 걸어서 인도를 횡단했다. 열여덟 살 때 환속하여 독립한 인도에서 간디의 이상을 실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비노바 바베와 함께 토지개혁 운동에 참가했다. 그는 수천 명 일행과 함께 광활한 인도 대륙을 걸어 다니며 대지주들을 설득하여 그들이 소유한 토지 일부를 가난한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주게 한 결과, 400만 에이커에 이르는 토지가 땅 없는 사람들에게로 돌아갔다. 1960년대 말 냉전 시기에 핵 위협으로 세계적인 불안이 고조되었을 때, 그는 빈손으로 인도에서 출발하여 걸어서 세계를 일주하는 ‘평화를 위한 순례’를 시작했다. 그리고 8천 마일에 달하는 거리를 걸어 핵무기를 보유한 4개국 지도자들에게 ‘평화의 차’를 전달했다.
그는 1973년 영국 남부의 작은 마을 하틀랜드에 정착한 이래 지금까지 환경 잡지 ‘리서전스 (Resurgence)’의 편집장으로 활동하면서 대안학교의 전형이 된 ‘하틀랜드 작은 학교’ 를 세웠고, 1991년에는 동지이자 스승인 E. F. 슈마허의 ‘슈마허 대학’ 프로그램 기획자로 활동했다. 이 학교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슈마허의 생태적 비전을 전수하여 국제적인 생태학 센터로 성장했다.
2001년 ‘세계 간디의 비전을 증진하는 잠날랄 바자즈 상’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버리고 행복하다’, ‘영혼의 나침반’ 등이 있다. 막바지로 치닫는 산업문명과 치명적인 양극화를 낳은 자본주의에 절망한 사람들,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그는 여전히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닌다.
녹색성자 사티시 쿠마르의 『끝없는 여정』 중에서
‘걷는 것 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은 사람’ 사티시 쿠마르의 다음 두 마디가 나에게도 살아가며 순간순간 부딪칠 선택의 기로에서 지혜와 용기를 줄 것으로 믿는다.
“실제로 세상의 두려움은 내면의 두려움 보다 크지 않다.”
"어리석은 이는 실천하기보다는 끊임없이 회의하지만, 지혜로운 이는 고뇌하기보다는 실천한다."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Loving and Leaving the Good Life (0) | 2014.11.14 |
---|---|
조화로운 삶 Living the Good Life (0) | 2014.11.12 |
글 속에 세 들어 살다 (0) | 2014.11.04 |
우연한 떠남 (0) | 2014.11.03 |
자발적 가난 - 덜 풍요로운 삶이 주는 더 큰 행복 (0) | 2014.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