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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집 길 윤동주(1917-1945)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에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까지 저녁에서 아침까지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요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인제(麟蹄) 박인환(1926-1956) 봄이면 진달래가 피었고 설악산 눈이 녹으면 천렵 가던 시절도 이젠 추억. 아무도 모르는 산간벽촌에 나는 자라서 고향을 생각하며 지금 시를 쓰는 사나이 나의 기묘한 꿈이라 할까 부질없고나. 그곳은 전란으로 폐허가 된 도읍 인.. 더보기
덧없는 우주, 그리고 새로 생겨날 우주 『화산분화와 우리은하』(A volcanic eruption and The Milky Way glimmers over Indonesia. Photograph by Justin Ng, Your Shot.) [사진출처]http://voices.nationalgeographic.com/2013/01/24/dung-beetles-navigate-via-the-milky-way-an-animal-kingdom-first/ 우주는 처음에는 있을 법하지 않은 질서 정연한 상태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점차 시간이 지나며 우주는 가차없이 자신을 마모시키고 허물며 스스로를 최대의 무질서 상태로 몰아간다. 물질계의 모든 변화가 비가역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는 이 자연계 법칙을 물리학자들은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 증가의.. 더보기
거대한 우주, 그리고 극소수의 생명체 『별들이 태어나는 그곳, 웨스터룬드 2 – 나사의 허블 우주망원경 발사 25주년 기념 사진, 2015』 (Cluster and Starforming Region, Westerlund 2 – NASA Hubble’s 25th anniversary image, 2015) 현재까지 인간이 발견한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은하는 2016년 3월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큰곰자리 방향에서 발견한 ‘GN-z11’이다. 이 은하는 지구로부터 약 134억 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이 은하는 별들이 점점이 찍혀있는 머나먼 우주의 밤하늘 속에서 희미한 붉은 점으로 보인다. 이 은하의 색이 붉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 빛이 백 수십 억 광년 동안 우주공간을 여행하는 동안에 파장이 점점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은하의 실제 .. 더보기
우연의 우주 우연의 우주 우주론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과 사고방식이 극적으로 펼쳐짐에 따라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물리학자들은 우리 우주가 터무니없이 다양한 속성을 갖고 있는 엄청나게 많은 우주 중 하나에 불과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 중 일부는 그저 우주의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우연의 결과일 뿐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근 많은 물리학자가 생각하는 바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우주가 아니다. 우리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우주 중 한 우주에 살고 있다. 우연히 만들어진 우주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과학적으로 계산해 낼 수 없는 우주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우주들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또는 이 우주들이 시간상으로 동시에 존재하는지 여부를 말하기는 불가능할.. 더보기
도리를 다하는 사람은 棲守道德者는 寂寞一時하고, (서수도덕자는 적막일시하고,) 依阿權勢者는 凄凉萬古니라. (의아권세자는 처량만고니라.) 達人은 觀物外之物하고 思身後之身하나니, (달인은 관물외지물하고 사신후지신하나니,) 寧受一時之寂寞이언정 毋取萬古之凄凉이라. (영수일시지적막이언정 무취만고지처량이라.) 採根談 - 棲守道德者 篇 (채근담 - 서수도덕자 편) 도리를 다하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적막할 뿐이지만, 권세에 의지하고 아부하는 자는 만고에 처량하다. 깨달음에 이르는 자는 물욕을 벗어나 사물을 바라보고 나의 육신 너머의 것을 생각하느니, 차라리 일시적인 적막을 겪을지언정 만고에 처량함을 취하지 말라. 생각으로는 ‘나’ 하나 내려 놓기만 하면 되니 쉬울 듯도 한데, 실제 닥치면 놓기가 어렵기만한가 봅니다. 그래도 허리춤을 잡고 스.. 더보기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박광수- 반성 16 - 김영승 -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멀리서 빈다 - 나태주 -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인생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 나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더보기
상대성이론, 암흑물질, 자전과 공전 상대성이론(相對性理論) 아인슈타인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서로 다른 상대 속도로 움직이는 관측자들은 같은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난 것으로 측정하며, 그 대신 물리 법칙의 내용은 관측자 모두에 대해 서로 동일하다고 합니다. 상세한 상대성이론은 매우 어려운 이론으로 이 세상에서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하지요. 1. 시공간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은 4차원, 즉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형태의 연속체'임을 규명했습니다. 뉴턴이 시공간이 시간과 공간으로 분리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 별개의 공간인 점과, 공간 위의 한 점에 위치한 물체에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반면에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에서 아인슈타인은.. 더보기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팽창하는 우주 오늘날 우리는 우리 은하가 현대적인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수천 억 개의 은하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며, 각각의 은하는 수천 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 졌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 은하는 지름이 약 10만 광년이며 천천히 회전하고 있지요. 우리 은하의 나선팔들에 있는 별들은 은하의 중심을 약 1 억 년에 한 바퀴 회전합니다. 우리의 태양은 평균 크기에 평범한 노란 별이며, 한 나선팔의 바깥쪽 가장자리 근처에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우주는 약 137억년 전에 발생한 빅뱅(Big Bang)으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태양계가 속해 있는 은하를 라고 부르듯이, 이제 과학자들은 우리가 속해 있는 우주를 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들을 발견해 나가고 있습니다.. 더보기
존재의 뒤편 새벽 1시, 고속도로 순찰대의 전화를 받고 낯선 도시의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동생의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밤길에서 교통사고로 숨을 거두는 순간 얼마나 춥고 외로웠을까.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을까. 손끝에서 만져지는 냉기와 어머니의 오열하는 모습 사이에서 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굳게 감긴 동생의 눈을 다시 한번 쓸어 내리고 복도에 앉아 사망진단서를 기다리는 일 밖에는……. 장례를 마치고 동생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다이어리 첫 장에 적힌 짧은 글을 발견했습니다. 문태준 시인이 천양희 시인의 시 에 붙인 단상이었습니다.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일은 뒤편을 감싸 안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뒤편에 슬픈 것이 많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더보기
작은집을 권하다 - Innermost House 다이애나 로렌스(Diana Lorence)는 미국 캘리포니아 숲 속에 지은 약 13 제곱미터 면적의 집에서 남편과 함께 전기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울창한 떡갈나무 사이에 폭 안긴 듯한 집이지만, 위엄이 있는 검은 외벽과 그 벽에 박아 놓은 듯 돌로 쌓은 굴뚝이 눈길을 끈다. 숲 속에서 전기도 없이 산다고 하면 몇 백 년 전의 생활을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나무로 지은 그녀의 집에는 오히려 이지적이고 아담한 산사(山寺)처럼 장엄한 공기가 감돈다. 밤에는 난로와 촛불이 방을 비추고 조용한 숲 속에서는 이따금 새가 지저귀며 멀리서 코요테가 짖는 소리도 들린다. 그녀는 자신의 집을 ‘Innermost House’라고 부른다. ‘innermost’라는 단어는 ‘가장 내부에, 가장 깊숙한 곳에 있다’는 의미라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