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로렌스(Diana Lorence)는 미국 캘리포니아 숲 속에 지은 약 13 제곱미터 면적의 집에서 남편과 함께 전기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울창한 떡갈나무 사이에 폭 안긴 듯한 집이지만, 위엄이 있는 검은 외벽과 그 벽에 박아 놓은 듯 돌로 쌓은 굴뚝이 눈길을 끈다.
숲 속에서 전기도 없이 산다고 하면 몇 백 년 전의 생활을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나무로 지은 그녀의 집에는 오히려 이지적이고 아담한 산사(山寺)처럼 장엄한 공기가 감돈다. 밤에는 난로와 촛불이 방을 비추고 조용한 숲 속에서는 이따금 새가 지저귀며 멀리서 코요테가 짖는 소리도 들린다.
그녀는 자신의 집을 ‘Innermost House’라고 부른다. ‘innermost’라는 단어는 ‘가장 내부에, 가장 깊숙한 곳에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녀는 숲 속이라는 위치상의 의미가 아니라 자기 내적인 세계의 심층부를 마주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그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굳이 번역하자면 ‘심원 주택’이라고나 할까.
전기는 없고 물도 본래 과수원 개간용으로 사용하려 했던 파이프에서 끌어다 쓰고 있다. 여름에는 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겨울에는 난로에 장작을 때며 지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생활이 매우 사치스럽다고 말한다.
“가장 사치스러운 생활은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과 함께 지내는 것입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좋아하는 것’이란 스몰하우스 안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나누는 조용한 대화였다.
다이애나의 스몰하우스 내부는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실, 주방, 욕실, 서재가 고작 13 제곱미터(*주 : 붙여서 지은 두 개의 창고, 그리고 정면 출입계단과 데크를 제외한 본체의 바닥면적으로 4평이 조금 안 된다.)의 아래층에 위치하고, 거실을 제외한 세 개의 공간 위로 침실용 로프트(다락)가 있다.
다이애나는 ‘생활을 단순하게 하기 위한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내게 있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지워나가고 필요한 것들만 남기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이성이 이루어내는 업(業)이지요. 또 하나는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으로 생활을 채우고 그 외의 것들이 저절로 떨어져 나가기를 기다리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사랑이 이루어내는 업(業)입니다.”
다이애나는 이 두 가지 가운데 전자의 의도적인 방법이 아니라 후자의 자연적인 방법에 따라 단순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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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의 스몰하우스는 정말 단순하다. 하지만 ‘단순한 집입니다’라고 내세우려는 낌새도 없고, ‘단순하게 하려는’ 부담도 느껴지지 않으며, ‘단순해야 한다’는 강박도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그녀가 긴 인생의 ‘길(道)’을 거치면서 단순함을 바라는 의도가 그 의도의 기척조차도 지울 정도로 스몰하우스에 고이 새겨졌음을 의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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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도대체 왜 그렇게 생활을 단순하게 하고 싶어하는 걸까.
생활을 단순하게 하는 하나의 목적은, 단순히 ‘생활한다’는 것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세상의 객관적인 모습과 그 세상 안에서 지금이라는 시대와 나라는 존재를 다시금 바라보는 데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바라는 ‘단순한 생활’은 이 세계를 단순하다고 믿어버리고서 거만한 얼굴로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단순하지 않은 복잡한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서 세계를 가능한 한 단순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삶이 아닐까.
다이애나의 스몰하우스는 거리의 소음에서 벗어난 정적 속에서 대화를 통해 세상의 의미를 찾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다시 말해 일차원적인 생황의 중심지이기 이전에, 질문과 대답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려고 한 하나의 장인 것이다.
-이상 『작은집을 권하다』 chapter 6 “나를 설레게 하는 집 - 다이애나 로렌스의 스몰하우스” 중에서 발췌
무엇보다 『작은집을 권하다』를 읽으며 새삼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집이 필요 이상으로 크다는 사실이었다.
저자 다카무라 토모야는 교외에 10만 엔도 되지 않는 적은 돈으로 스스로 세평 남짓 오두막을 짓고 유유자적 살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커서 좋은 집이라는 공허한 욕망을 내려 놓고 소유의 함정을 벗어나기를 권하고 있다. 이 책에는 여러 채의 작은집을 담고 있는데, 그 중 다이애나 로랜스의 작은집 Innermost House, 마음과 영혼을 담은 집을 옮겨 보았다.
<Innermost House 관련 링크>
*Welcome Innermost House with An Innermost Life
http://www.innermosthouse.com/
*Gallery of Innermost House
http://www.innermosthouse.com/photo.php?pageID=96
*Innermost House: "On The Way Home"
https://www.youtube.com/watch?v=-8a4nancC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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