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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위 시집 비름꽃



윤석위 시집 비름꽃



비름꽃

 

채송화 피는 날엔

몰래 개비름도 꽃핀다

 

명아주

쇠뜨기

강아지풀

 

, 자랑치 않음이여

저를 가두는 풍족함이여

비름꽃이여

 

 

풀과 수정

 

어릴 때는 세상 모든 것이 자라는 줄 알았다

풀과 나무와 돌과 별까지도 개구리와 나비와 전봇대와

앞산까지도 그래서 뒤란에 빛나는 수정돌을 묻고

거기에 아침 해 돋을 때마다 오줌을 누었다

 

나는 그런 대로 잘 자랐고 수정 옆 오동나무도

신작로의 포플러도 해 다르게 키가 커 갔다

 

이상도 하지 늘 잠자던 어둠이 새벽 안개

사이로 춤추 듯 너울거린 후 죽순처럼

절망도 비열함도 한숨도 자라나는 것을 보았다

 

- 나를 비껴 가는 바람과 시간이 어디로 달려가는지

- 나를 불러 세우던 한여름의 천둥과 그 많은 꽃잎들이

이제 누구를 찾아가는지

 

나는 알지 못하리

뒤란의 빛나는 돌의 자라남과

풀잎 쓰다듬는 바람의 가는 곳과 수만의

죽음까지도 자라는 것인지

끝내 나는 알지 못하리

 

.

필터

 

아들에게

詩 한 편 읽어 보라고 시켰다

유치원 다니는 녀석은

더듬거리면서

자랑스러워하면서

가끔

漢字에 걸려

넘어지면서

조금씩 깊어지지 않고

갑자기 솟구쳐 오르는 언어의 기복에

휘청거리면서

아들은

진땀을 내고 있었다

 

살풍경하던 詩가

아들의 목소리로 걸러져

선명해지고 있는 중이다

 

 

나무의 이름


박태기나무 둘

병꽃나무 하나

수수꽃다리

쥐똥나무 울타리

 

나무는 이름만 모여도

숲을 이루는지

푸른 바람 소리가 들린다

 

 

화두2

 

대개

별이 다 자라면

꽃처럼 툭 떨어져 내려

숲 속의 꽃으로 살아나는데

 

사람들 중에도 가끔은

정말 가끔씩

별이 되었다가 툭 떨어져 내려

꽃으로 되살아났으면 싶다

 

 

『김사인 시를 어루 만지다』를 통해 읽었던 윤석위 시인의 시 詩集”.

도서관에 들러 윤석위 시집 비름꽃을 읽다.

 

비름꽃을 통해 새삼 깨닫다.

비름도 꽃을 피우고 씨를 맺는 다는 것을.

내세우지 않고도 스스로 풍요로울 수 있음을.

 

명아주, 쇠뜨기, 강아지풀, 비름,

그리고 그 이름 불러줄 이 없는 수많은 들풀 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