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멈춰서 기다리다 달팽이 멈춰서 기다리다 도서관을 나서는 길 오후 다섯 시를 넘긴 햇살이 아직도 따갑다 마당 한 켠 빗물통로 벽에서 반짝이는 게 눈에 띈다 아! 달팽이 새벽 물기 따라 이동하다가 한낮 땡볕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거리라 수풀로 옮겨줄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멈춰서 기다림은 달팽이가 선택한 자연의 순리라 여겨지기에 버스정류장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 지며 이내 빗방울이 후드득 쏟아진다. 때마침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도서관 쪽을 바라본다 달팽이에게도 사람에게도 멈춰서 기다림은 순리임을 되 뇌이면서 넘어진 그 자리가 털고 일어나 다시 시작할 자리이기에 *아침부터 하늘이 흐리더니 이 글을 마무리하는 중에 천둥과 함께 비가 쏟아지고 있다. 부디 흡족하게 내려 가뭄이 많이 해소되었으면 좋겠다. 더보기 윤석위 시집 비름꽃 윤석위 시집 비름꽃 비름꽃 채송화 피는 날엔 몰래 개비름도 꽃핀다 명아주 쇠뜨기 강아지풀 아, 자랑치 않음이여 저를 가두는 풍족함이여 비름꽃이여 풀과 수정 어릴 때는 세상 모든 것이 자라는 줄 알았다 풀과 나무와 돌과 별까지도 개구리와 나비와 전봇대와 앞산까지도 그래서 뒤란에 빛나는 수정돌을 묻고 거기에 아침 해 돋을 때마다 오줌을 누었다 나는 그런 대로 잘 자랐고 수정 옆 오동나무도 신작로의 포플러도 해 다르게 키가 커 갔다 이상도 하지 늘 잠자던 어둠이 새벽 안개 사이로 춤추 듯 너울거린 후 죽순처럼 절망도 비열함도 한숨도 자라나는 것을 보았다 - 나를 비껴 가는 바람과 시간이 어디로 달려가는지 - 나를 불러 세우던 한여름의 천둥과 그 많은 꽃잎들이 이제 누구를 찾아가는지 나는 알지 못하리 뒤란의 빛.. 더보기 시를 어루만지다 김사인 - 시를 어루만지다 별을 보며 이성선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 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윤동주 이래 선량한 영혼이 또 있었구나. 별빛에 기대어 근근이 나날의 누추를 견디기는 한다만,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순결한 영혼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마음의 이길. 시인은 60세를 일기로 스스로 세상을 내려 .. 더보기 이전 1 ··· 35 36 37 38 39 40 41 ··· 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