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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집을 권하다 - Innermost House 다이애나 로렌스(Diana Lorence)는 미국 캘리포니아 숲 속에 지은 약 13 제곱미터 면적의 집에서 남편과 함께 전기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울창한 떡갈나무 사이에 폭 안긴 듯한 집이지만, 위엄이 있는 검은 외벽과 그 벽에 박아 놓은 듯 돌로 쌓은 굴뚝이 눈길을 끈다. 숲 속에서 전기도 없이 산다고 하면 몇 백 년 전의 생활을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나무로 지은 그녀의 집에는 오히려 이지적이고 아담한 산사(山寺)처럼 장엄한 공기가 감돈다. 밤에는 난로와 촛불이 방을 비추고 조용한 숲 속에서는 이따금 새가 지저귀며 멀리서 코요테가 짖는 소리도 들린다. 그녀는 자신의 집을 ‘Innermost House’라고 부른다. ‘innermost’라는 단어는 ‘가장 내부에, 가장 깊숙한 곳에 있다’는 의미라고.. 더보기
삶의 터전 인생의 어느 계절에 이르면 우리는 여러 장소를 자신이 살 터전으로 생각해 보기도 한다. 어디에 앉든지 나는 그곳에 살게 될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경치는 나를 중심으로 전개 된다. 집이란 앉은 자리 이외에 그 무엇이겠는가? 나는 다른 사람들이 별 쓸모가 없어 그냥 내버려 둔 터전을 찾아낸다. 사람들은 그 집터가 마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내가 보기엔 마을이 거기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여기라면 살아볼 만하군, 나는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거기서 한 시간 동안 지내면서 여름과 겨울을 그려본다. 몇 년이란 세월을 보내면서 혹독한 겨울과 싸워낸 뒤 다시 봄을 맞는 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한 나절이면 충분하다. 과수원, 숲, 목장 등으로 땅을 나누고, 어떤 멋진 .. 더보기
이성선 시집 -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 벌레 꽃에는 고요한 부분이 있다그곳에 벌레가 앉아 있다 미시령 노을 나뭇잎 하나가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너무 가볍다. 티벳에서 사람들은 히말라야를 꿈꾼다설산갠지스강의 발원 저 높은 곳을 바라보고생의 끝봉우리로 오른다 그러나산 위에는 아무 것도 없다 생의 끝에는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없는 곳으로 가기 위하여 많은 짐을 지고 이 고생이다 나의 기도 다른 사람의 기도를 나는 모르네 그 시간 누구와 걷고 싶어하는지어느 분을 모시고마음의 차를 나누어 마시며창 밖을 보고 있는지 단지 나의 기도는내 귀를 풀잎과 나무에게로 데려가는 것 혹한의 한겨울눈 쌓인 가지가 툭 부러지고그 소리 너머의 깊은 정적 속을내 귀가 산책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 거기눈 위에 코요테 발자국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