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잃으면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일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삶이 권태롭거나 무료하지 않다. 꿈과 희망의 자리에 한탄과 후회가 들어설 때 우리는 늙고 병든다. 체면이나 일의 대가를 따지지 않는다면 일거리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보다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일자리가 있고 나서 일거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의 과정에서 일거리를 찾아낸다면 바로 그것이 내 일자리가 아니겠는가.
생각을 돌이켜보자.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으니 가난한들 무슨 손해가 있으며, 죽을 때 아무 것도 가지고 갈 수 없으니 부유한들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
우리는 벌어들이는 수입 안에서 살면 된다. 할 수 있으면 얻는 것보다 덜 써야 한다. 절약하지 않으면 가득 차 있어도 반드시 고갈되고, 절약하면 텅 비어 있어도 언젠가는 차게 된다.
덜 갖고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덜 갖고도 우리는 얼마든지 더 많이 존재할 수 있다.
소욕지족(少欲知足),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행복은 크고 많은 것에서보다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있다. 크고 많은 것을 원하면 그 욕망을 채울 길이 없다.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삶의 향기인 아름다움과 고마움이 스며 있다.”
법정스님 – ‘가난을 건너는 법’ 중에서
필리핀 출장시절, 태풍이 훑고 지나간 어둠 속에서 불편하지만 따뜻하게 기름불 밝히고 읽어 내려가던 법정스님의 글 한 대목이다. ‘램프를 켜고 그 불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월이 고개를 넘는 것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던 스님의 다른 글 한 대목도 새삼 떠오른다. 전기가 없어 여러모로 불편했지만, 오히려 다른 일은 포기하고 한 가지에만 집중하게 해주는 장점도 있었다.
귀국 후 얼마 가지 않아 오랫동안 정들었던 회사가 피치 못하게 문을 닫으면서 나도 일자리를 내려놓게 되었다. 마음은 더 일할 수도 있는데 싶지만, 사회 통념상 정년을 넘겼으니 이제 때가 되었는가도 싶다.
이제는 나도 나 스스로의 일거리를 찾아 가고 싶다.
다소 얼마간이라도 자급자족 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살아가고 싶다.
자연 속에서 책과 벗삼아 이 세상이 꿈인 듯 살아가고 싶다.
그 속에서 작은 것과 적은 것에도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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