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 농사와 나대로 농법
"우리는 자급자족 농사를 짓는다. 농사를 지어 돈을 벌어보려고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아닌 일이 있더라. 사십 가까이 도시내기로 살아온 내가 새로 일을 배워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첩첩산중 다랑다랑한 논밭에서.
우리 자신을 알고 우리한테 맞게 자급자족하려 한다. 농산물을 팔아보면 얼마 안 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사먹으려면 얼마나 비싼가. 그것도 유기재배 농산물을 구하려면 열심히 찾아나서야 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사먹지 말고 손수 농사를 지으려고 한다. 뭐가 먹고 싶으면 그 씨를 구해 농사짓고 그 대가로 곡식한테 얻어먹고 산다.
농사를 짓되 자급자족하니 마음은 편하다. 이건 얼마나 남다르게 지은 거고, 저건 얼마나 맛있는지 자꾸 강조하며 진가를 알아달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길러서 내가 먹을 거니 잘난 척 할 것도 없고 알아달라고 할 필요도 없다.
농법도 ‘나대로 농법’이다. 내 먹을 거니 내가 하고픈 대로 농사를 짓는다. 농약이나 비료는 물론 쓰지 않는다. 기계도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한다. 그 덕에 밭은 땅을 갈지 않고 농사지은 지 꽤 된다. 일명 ‘무경운 농법’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무경운을 주장하는 건 아니다. 필요하다면 기계 힘을 빌리지만, 보통 때는 기계가 없는 평화로운 땅에서 일하는 게 좋아 그렇게 한다.
땅을 갈지 않은 지 10년 가까이 되니 땅속 생명들이 살아나 땅이 저절로 풍요로워 진다. 그러니 따로 거름을 넣지 않아도 웬만한 곡식이 잘 자란다. 옥수수, 수수, 기장, 콩과 같은 곡식이나 감자, 무, 고구마, 야콘, 마늘, 양파는 땅 힘만 살아있으면 잘 자란다. 이것을 ‘무투입 농법’ 내지는 ‘예술자연재배’라 하는가 보다. 예술자연재배를 하는 도쿠노가진이 쓴 『무농약 건강채소 기르기』에 보면 “대부분의 충해는 화학비료나 덜 발효된 퇴비가 발효될 때 나오는 화학물질, 그리고 잡초를 뿌리째 뽑아내는 데서 발생한다. 질소비료 과용으로 진딧물이 생기고, 덜 발효된 퇴비로 배추벌레 풍뎅이가 생기는 것은 인위적이기 때문이다”라고 나와 있다.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 중에서
홈페이지 ‘자연달력’ www.nat-cal.net
귀농해 무주 산골 자연 속에서 자급농사를 지으며 요모조모 자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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