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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어쩌면 우주의 크기나 역사보다 인류의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고 오래갈지도 모른다

그 궁금증들이 결코 해소되거나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우주과학 관련 책들을 읽노라면 그간 잘못 알았거나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알아갈수록 보다 근원적인 것들에 의문의 꼬리가 이어져, 오히려 알지 못했을 때보다 더 큰 의문에 감싸이게 되기가 십상이다.

과연 빅뱅 이전엔 정말로 아무런 시간과 공간이 없었던 걸까?

지금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우주의 끝은 과연 있는 걸까?

 

 

NASA 가 만들었다는 지구에서 바라 본 37억 5000만년 뒤의 안드로메다 은하(왼편)와 우리 은하(오른편)의 근접 상상도

 

1. 안드로메다 은하와 우리 은하

 

별 자체는 환영과 같은 존재이다. 우리가 보는 별들은 현재의 모습이 아닌 예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은하 안드로메다는 우리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멀리 떨어진 천체이다. 안드로메다 은하 별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는 약 2백만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모습은 인류가 나타나기도 전의 것이다.” (매트 브라운 『만들어진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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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의 허블 우주망원경 관측 자료 분석에 따르면, 안드로메다 은하와 우리 은하는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시간당 약 40 km의 속도로 접근하고 있으며, NASA 전문가들의 시뮬레이션 결과 약 40억 년 후 서로 합쳐지기 시작해 그 후 약 20억 년에 걸쳐 더 큰 규모의 새로운 나선은하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우리 은하의 지름은 대략 10만 광년이고 안드로메다 은하의 지름은 더 커서 대략 12~15만 광년이라고 한다. 합쳐지면 더 큰 안드로메다 은하로 불러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우리 은하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이름 붙여 불러줄 우리 인류가 살아 남아있어야 의미가 있는 궁금증이겠지만

 

 

NASA 의 태양 활동 관측위성이 촬영해 합성했다는 태양

 

2. 태양 빛의 역사

 

빛의 속도는 빠르다. 얼마나 빠른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조차 없다. 그러나 물론 순간이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태양에서 지구까지 빛이 이동하는데 약 8 20초 정도가 소요된다. 거리로 환산하면 약 1 5천만km 정도가 된다. ‘8 20초 정도는 빛이 태양의 표면에서 지구의 표면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도달하는 빛의 대부분은 태양의 내부 핵 깊숙한 곳에서 생성된다. 이곳에서 수소 원자들은 핵융합 과정을 거쳐서 헬륨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광자가 부산물로 생성되는데, 극도로 집약된 물질들에 둘러싸여 오랫동안 태양 내부에 갇힌다. 광자들은 플라스마 수프 속을 헤매다가 겨우 태양의 바깥쪽에 도달하며, 태양 반경 700,000km를 벗어나는 데 약 백만 년이 소요된다. 우리가 지금 쪼이고 있는 햇빛도 공룡들이 지구를 누비던 그때 태양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매트 브라운 『만들어진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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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 백과사전』에 기술된 태양의 일생에 따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주계열 항성으로서의 태양의 수명은 약 100억 년이고 현재의 나이는 약 46억 년이므로 잔여 수명은 약 54억 년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그런데 태양은 점진적으로 밝아지면서 표면 온도가 올라가 그 여파로 약 7 억년 후에는 지구도 생명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만약 인류가 그때까지도 존속한다면 그전에 인류는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2014년에 개봉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처럼 인류가 우리 지구를 떠나 외계 행성에서 살아갈 날이 도래할까?

 

그 후 안드로메다 은하와 우리 은하가 한창 합쳐지고 있는 중간 과정에 태양은 수소핵 융합을 다 마치고 팽창을 시작하여 적색거성으로 변하게 되며 지구를 삼키거나 열 사막으로 만든 후, ‘백색왜성그리고 차가운 흑색왜성을 거쳐 별 가루로 우주를 정처 없이 떠돌 것이라고 한다.

그 이후 운이 닿으면 다른 성운을 만나 성운의 밀도가 높아져 중력의 작용으로 성운이 뭉쳐지기 시작해 새로운 별로 거듭날 수도 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별은 이미 죽어간 별의 부스러기를 포함하며, 우주 공간에 존재해온 대부분의 별들은 수십억 년의 긴 세월을 거치며 사람의 일생처럼 태어나서 자라고 죽어간다고 한다.

 

인생 백세시대라고 회자되는 요즘의 추세로 비교하면, 사람의 1년을 태양의1억 년으로 치환하여 우주에서의 시간을 이해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기도 하다. 

 

 

 

NASA 가 7년에 걸쳐 촬영해 합성했다는 마이크로파 우주배경복사 분포도. 평균 온도는 약 2.725 °K이고 밀도 차이로 인해 약 10만 분의 1도의 온도편차가 발생하며 , 이 편차가 은하와 암흑물질 , 암흑에너지의 분포와 양을 나타내 준다고 한다 .

 

3. 우주배경복사의 끝이 우주의 끝?

 

 어지간히 나이 든 사람들은 돈 맥린(Don Mclean)<Vincent>라는 곡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곡은 ‘Starry, starry night!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주가 검은색이라는 말에 수긍을 할 것이다. 지구에서 본 우주는 검다. 아폴로 11호의 우주인들이 달에서 본 우주 또한 검었다.

 

 그런데 만약 우주가 무한하다면, 어째서 우리가 별빛으로 물든 우주를 볼 수 없는 것일까? 왜 이렇게 하늘에 검은색이 드리우며, 별들과 은하들만 반짝이는 것일까?

 

 19세기 천문학자 윌헬름 올베르스가 의문을 제기한 이 올베르스의 역설 20세기 중반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우주는 무한하고 영원한 것이라고 생각한 가정에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우주의 기원이 약 138억 년 전에 일어난 빅뱅이었으며, 우주의 크기는 유한하고 광원의 숫자도 유한하기에 하늘을 가득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별들과 은하는 무한한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니며, 100억여 년의 시간 후에는 사라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올베르스의 직감은 옳았다고도 할 수 있다. 빅뱅이 일어나고 약 38만 년까지도 고도로 응집된 물질들에 갇혀있던 광자들이 비로소 탈출해 약 40만 년 정도 까지는 우주가 빛으로 가득했으니 말이다. 이 시기는 우주가 충분히 식지 않아 원자와 입자가 생겨나기 전이었고, 우주의 모든 곳은 오렌지색 플라스마(plasma)로 가득했다. 물론 이를 관찰할 눈들도 생겨나기 전의 일이다.

 이후 우주가 팽창하면서, 플라스마가 약해지고 온도가 낮아지면서 일반적인 물질들이 생성되었고 오늘날과 같은 우주의 온도까지 떨어지게 되었다. 오늘날 우주의 검은색은 예전의 오렌지색을 대체하게 된 것이다.

 

오렌지색 우주는 아주 오래 전의 일이지만, 우리가 먼 우주를 거슬러 볼수록 시간을 거슬러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우주의 아주 깊은 곳까지 보게 된다면, 우리는 희미하나마 오렌지 플라스마 상태의 우주 잔광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빛은 가시광선의 대역을 넘어서지만 마이크로파 복사선으로서 감지가 가능하다.

 이것이 오늘날 잘 알려진 마이크로파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이며, 보다 로맨틱하게는 최초의 잔광(afterglow of creation)’이라 부른다.” (매트 브라운 『만들어진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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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 백과사전』에 따르면,

만약 우주가 유한하다면 - 즉 우주가 팽창한 끝에 현재 평균 절대온도 2.725도인 우주공간의 온도가 절대온도 0도로 떨어져 모든 운동이 정지한다면 - 그때는 마이크로파 우주 배경 복사도 더 이상 관측되지 않을 것이고, 이를 통해 우주의 크기를 추정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우주배경복사에서 반복되는 패턴(즉 우주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반대쪽에 나타나는 것)이 관측된다면, 우주가 작고 유한하나 경계가 없다 - 구의 경우처럼 표면적은 유한하나 경계는 없다 - 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으나 현재까지 이러한 패턴은 관측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우주가 무한하거나, 크고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거나, 유한하고 경계가 있으나 엄청나게 크다는 것들이라고 한다.

 

 우리 인류는 그간 눈부신 과학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우주의 신비에 대하여 많은 것들을 밝혀냈다고 자부하지만, 반면에 알아 갈수록 우주의 크기뿐만 아니라 우주 자체에 대해서도 의혹의 꼬리가 이어져 의문의 끝 또한 알 수 없을 것 같다.

 

 

NASA  우주선이 6,300만 km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촬영했다는 지구와 달

 

4. 하루가 25시간이 되면?

 

달의 기조력(起潮力, tide producing force)으로 인해 지구의 바다에 부푼 부분이 생기고, 이 부분이 브레이크 작용을 해서 지구 자전 속도를 늦춘다. 그 결과 지구에서의 하루는 점점 길어진다. 그 양은 1년에 100만 분의 17초 정도이고, 대략 400만 년이 지나면 1분 정도 길어지며, 2 1,000만 년 뒤면 약 1시간이 길어져 하루는 25시간이 된다. 하루가 점점 길어진다면 아주 옛날에는 하루가 짧았을까? 당연히 그렇다!

 실제로 지금으로부터 약 42,000만 년 전 살았던 산호화석의 성장선을 분석한 결과 1년이 약 400, 하루는 약 22시간이었다.”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쉽고 재미있는 우주론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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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에 2 1,000만 년 뒤에도 인류가 생존해 있다면, 그들은 하루 25시간을 살까? 아니면 초 단위를 바꿔서 현재대로 하루 24시간을 살까? 어느 경우든 하루 한 시간을 더 살게되는 셈이다.

 콘스탄틴 게오르규는 그의 동명 소설에서 ‘25마지막 시각인 24시에서 한 시간 더 흐른 시각으로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상항을 빗대어 메커니즘의 노예가 된 현대 사회는 바로 이 ‘25시’에 처해 있다고 하였다그렇다면 2 1,000만 년 뒤 실제로 하루 25시간을 살게 될지도 모르는 인류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