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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연기]

호숫가 나무들 사이 조그만 집 한 채.

지붕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연기가 없다면

집과 나무들과 호수가

얼마나 적막할까?

 

 

[영웅과 불행]

영웅이 없는 나라는 불행하다!

아니, 영웅이 필요한 나라는 불행하다.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중에서

 

 

[암울한 시대]

암울한 시대에도 노래를 부를 것인가?

그래도 노래를 부를 것이다.

암울한 시대에 대해.

 

 

[예술의 목적]

어떤 것이 예술이 아니고, 누가 예술을 이해하지 못했는지를 판가름할 가장 확실한 징표는 지겨움이다. 지겨움이란 즐거움만큼이나 격렬한 것이다. 예술은 교육의 한 수단이 되어야 하지만 그 목적은 즐거움에 있다.

 

 

[말의 목적]

말은 행동을 단죄하기 위해 있다.

그것이 말의 유일무이한 역할이다.

그런데 오늘날 말은 그런 역할조차 못 하고 있다.

 

 

[설명과 변명]

설명이란 대부분 변명이다.

 

 

[망각의 이면]

인류의 절반은 오직 다른 절반의 기억력이 구멍 투성이인 덕에 살아간다.

 

 

[문제 해결 방법]

생각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끊어야 한다.

 

 

[유한함과 영원함]

우리가 영원하다면

모든 것은 변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유한하기에

모든 것은 옛날 그대로다.

 

 

[모순과 희망의 상관관계]

모순은 희망이다.

 

 

[변혁의 순간]

변혁은 막다른 골목에서 일어난다.

 

 

[도시와 자연]

자연에 대해 호들갑을 떠는 것은,

도시가 살 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독일, 1898-1956),

20세기 서양 연극사를 대표하는 희곡작가이자 연출가로서, 연극의 형식을 파괴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여 연극사에 의미 깊은 작품들을 다수 남겼고 한다. 젊은 시절 나치 집단의 비인간적인 만행을 비판하다가 15여 연간의 망명길에 올랐으며, 마침내 동 베를린으로 돌아와 자기의 작품들과 「서사극」 이론을 실제 무대에 적용시키는 작업에 몰두하였다고 한다. 현실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과 풍자를 극화한 대표적인 니힐리스트1956년 연극 연습 도중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하였다고 한다

 

 

  브레히브가 남긴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말들 중 일부를 옮겼다.

촌철살인을 사전에서는 조그만 쇠붙이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함이니, 즉 간단한 말로 사물의 가장 요긴한 데를 찔러 듣는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상징과 비유가 많은 중국 고사성어에서 유래하여 오랜 세월 관행적으로 쓰여왔다고 하지만, 막상 촌철살인이라 적고 보니 왠지 섬뜩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뜻 그대로 ‘촌언심감(村言深感), 짧은 말속에 더 깊은 감동이 있다.’이라고 하기엔, 요긴한 데를 찌르는 요즘 말로 임팩트(impact)’가 부족해 보인다. 역시 구관이 명관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