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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우주, 그리고 새로 생겨날 우주

『화산분화와 우리은하』(A volcanic eruption and The Milky Way glimmers over Indonesia. Photograph by Justin Ng, Your Shot.)

[사진출처]http://voices.nationalgeographic.com/2013/01/24/dung-beetles-navigate-via-the-milky-way-an-animal-kingdom-first/


우주는 처음에는 있을 법하지 않은 질서 정연한 상태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점차 시간이 지나며 우주는 가차없이 자신을 마모시키고 허물며 스스로를 최대의 무질서 상태로 몰아간다. 물질계의 모든 변화가 비가역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는 이 자연계 법칙을 물리학자들은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또는 시간의 화살이라고도 부른다. 우리 인간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기관이 노화되어 영원히 살 수 없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법칙에 따르기 때문이다.


45억 년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우리의 행성 지구도 큰 변화를 겪었다. 우리의 태양을 비롯한 모든 항성은 자신의 핵연료를 계속 소비하고 있으며, 이 연료를 다 쓰고 나면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차가운 잔불로 변해 희미해 질것이다. 폭발을 일으킬 만큼 크기가 거대한 항성은 최후의 폭발을 일으키며 퇴장할 것이다. 우리 태양을 예로 들면, 핵연료를 다 쓸 때까지 50억 년 정도가 남았다. 그 뒤로는 기체로 이루어진 붉은 구 형태의 적색거성(Red Giant Star)으로 거대하게 팽창하면서 지구를 삼킬 것이다. 그리고 일련의 격변을 거치다가 최후에는 탄소와 산소가 주를 이룬 차가운 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지난 시대에는 우주의 기체 구름을 한데 끌어 모으는 중력 작용을 통해 새로운 항성들이 생겨났고, 그 항성들은 죽어가는 항성들의 자리를 대신했다. 하지만 빅뱅 이후로 계속 팽창하면서 밀도가 낮아지고 고밀도로 존재하던 기체들도 차츰 옅어지고 있다. 먼 미래에는 기체의 밀도가 부족해서 새로운 항성이 형성되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수소, 헬륨 등 대부분의 항성에서 연료로 사용되는 가벼운 화학원소는 기존 세대 항성들에 의해 모두 소진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어느 시점에 가면 더 이상 새로운 별이 탄생하지 않게 된다.


느린 과정이기는 하지만 우리 우주의 항성들이 미래에는 빛을 잃게 되리라는 점만큼은 확실하다. 그리고 태양계의 행성들은 죽은 항성 주위를 돌게 된다. 천체물리학의 계산에 의하면 약 1000조 년을 전후해서는 심지어 이런 죽은 태양계들조차 다른 항성들과 우연히 만나는 과정에서 중력의 영향으로 붕괴할 것이다. 그리고 1000경 년 정도 뒤에는 은하계조차 붕괴해 한때는 항성으로 빛나던 차가운 구체들이 밖으로 내팽개쳐져 텅 빈 우주 공간을 관성에 의지해 홀로 떠돌게 될 것이다.


엘런 라이트먼 著

『엑시덴탈 유니버스(The Accidental Universe) –우리가 몰랐던 삶을 움직이는 모든 순간의 우주』 중에서


***


열역학 제2 법칙, 즉 꾸준한 엔트로피 증가로 인해 아득히 먼 미래에는 우리 우주가 소멸할지도 모르지만, 다시 근원으로 돌아가 열역학 제1 법칙, 즉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라 어딘가에 다중우주의 하나인 또 다른 우주가 생겨날 것이고, 새로 생긴 우주에서도 생명체가 탄생하고 진화해 또 다른 인류가 새로운 문명을 건설할 지도 모른다.


새로운 문명에서는 부디 상식이 통했으면 좋겠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듯이. 그래서 억울한 사람이 더 없이 드물고, 진실한 사람이 더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이러한 내 생각이 공상과학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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