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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용서할 수 있습니다


 

바람을 피웠던 사실을 들킨 정치인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한다. 매출 누락으로 탈세를 저지른 사업가가 국세청에 그건 실수였다고 말한다.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했던 아들이 자기 실수를 고백한다. 사실 위의 예시에서 실수는 모두 잘못된 결정으로 바꿔야 한다.

 

시험에서 답을 잘못 고르는 것은 실수지만, 시험공부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 실수는 의도하지 않고 한 일이고, 잘못된 결정이란 의도적으로, 때로는 뒷일을 생각지 않고 한 일이다.

 

잘못된 결정을 실수로 포장하고 넘기기는 쉽다. 그러면 자신이 받을 타격을 완화하고 줄일 수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잘못된 선택을 실수로 포장하면 나는 아무 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라고 생각하며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또한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면, 잘못 내린 결정을 받아들이기가 쉬워진다. 결국 잘못된 결정을 실수로 치부해버리고 나면, 계속해서 똑같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된 결정도 내린다. 그건 사람이 살면서 겪는 경험의 일부이다. 실수를 했다면 축하하라. 실수로 말미암은 실패는 종종 성공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된다. 나쁜 결정을 내렸다면 거기서 교훈을 얻어라. 하지만 이 두 가지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조슈아 필즈 밀번 & 라이언 니커디머스 共著 『미니멀리스트 홀가분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중에서

 

 

은퇴한지 2.

생활이 단순해지며 나 자신을 위한 씀씀이도 줄어 갑니다. 매일 출퇴근 하지 않아도 되고 수입도 줄어들었으니 당연하겠지요. 동절기라 텃밭 일도 없으니 읽고 쓰는 일은 좀 늘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이왕이면 소리 내서 읽고, 꾸준히 산책 삼아 걷기도 한다면 정신건강은 물론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책 인용한 대목을 읽다가 요즘 우리들 가슴을 무겁게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또 안 할 수 없어 적습니다.

 

권력자를 등에 업고 스스로 권력조정자가 되어 돈과 이권을 챙기다 들킨 민간인이 실수였다고 말했다고 합시다. 돈을 건네고 더 큰 반대급부를 얻으려 한 사업가가 그건 부득이한 실수였노라고 진술했다고 합시다.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준 고위 관료가 자기는 시키는 대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수였노라고 선을 그었다고 합시다. 권력조정자에게 휘둘려 이 모든 일들을 주무르고는 들키자 얼버무리며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았던 권력자가 자기는 단지 사람을 잘못 믿은 게 실수였노라고 말했다고 합시다. 위의 예시에서도 실수는 모두 잘못된 결정으로 바뀌어야 하겠지요.

 

잘못된 결정이라면

부디 숨기지 말고, 회피하지도 말며, 솔직하게 인정 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대들의 잘못! 세상이 그대들에게 원하는 것은 진실(眞實)입니다. 그럼으로써 법적으로는 잘못에 대해 기꺼이 책임을 지고, 양심적으로는 진심으로 뉘우치고 용서를 구해주기 바랍니다. 종교를 떠나서, 삶에 참회가 필요하듯이 용서도 필요합니다. 그대들에게 치유가 필요하듯이, 우리들에게도 그대들로부터 입은 상처에 대한 치유가 필요합니다. 물론 용기를 내야 하겠지요. 용기는 그대들이 뉘우치고 진실을 밝히는 데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그대들을 용서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살아가면서 용서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용서하기는 더욱 어려운 법입니다. 하지만 용서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구하고, 나아가 세상을 구원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잘못된 결정이라면  

불행하게도 그대들이 법적 처벌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진실을 감추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뉘우치지 않더라도, 우리는 용서할 수 있습니다. 상처를 준 그대들에게 하는 용서가 아닙니다. 그대들하고 상관 없이 우리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 하는 용서입니다. 다만 좀 더 큰 용기와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살아갈수록 더욱 소중한 것은 마음의 평화이며, 마음의 평화는 많은 돈이나 큰 권력에서 떨어져 있을 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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