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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老子, 道를 묻다

<道 다섯> 말이 많으면 쉬 바닥 드러나니, 차라리 비워둠만 못하더라




天地不仁,以萬物為芻狗;

聖人不仁,以百姓為芻狗。

天地之閒其猶橐籥乎?

虛而不屈,動而愈出。

多言數窮,

不如守中。



老子는 말했고, 

나는 이렇게 들었다.


  "하늘과 땅은 공평해 자연 그대로를 행하니, 

사람과 동식물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도를 깨닫는 사람도 편견이 없어, 

모든 이를 같이 대한다.


하늘과 땅 사이는 

바람 일으키는 풀무와 같아,

비어있으나 위축되지 않고, 

억누를수록 넘쳐 나온다.

말이 많으면 쉬 바닥 드러나니,

차라리 비워둠만 못하더라."



*

  하늘과 땅은 공평하다기 보다 

무심(無心)한 것 같다.

인간들의 관심 분야에 정작 관심이 없다. 

돈이니, 권력이니, 성공이니, 기술 혁신이니,

자연과 동떨어진 일에는 무관심하다.

오히려 보채고 떼쓰는 인간이 성가실 것이다.


  저절로 잘 돌아가던 

자연이라는 거대한 풀무를 망가뜨리고선

한파니, 혹서니, 폭우니, 가뭄이니, 

그때마다 호들갑이다.

자연치유가 유일한데 

서로 탓하며 말들만 많다.



**

  고개를 들어 

헐겁게 비운 겨울 하늘과 겨울 산, 

그 사이 잎 떨구고 묵언 수행 중인 

나무들을 바라본다.

나무들은 머리를 하늘에 두고, 

뿌리를 땅속에 둔다.

나무들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자연의 전령사이며 치유제이다.


  우리 인간은 

상상에 날개까지 다는 기술을 실현시켜 

머리를 하늘 그 너머에 두었으나 

안주하지 못하고,

땅속 깊이 파는 기술을 가졌으나  

뿌리 내리지도 못하며,

빠르게 달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만큼 빠르게 멀어지는 지평선을 향하여, 

더 새로운 것을 찾아 오늘도 쳇바퀴를 돈다. 



***

  그러나 우리들은 이미 알고있다. 

천지간에 더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것을.

그 형태만 변할 뿐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것의 원소는 

백 수십억 년전 우리 우주가 탄생할 때도 

이미 존재한 것들이라는 것을.

매 순간 들이마시는 공기가 그렇고,

살아가기 위해 먹고 마시는 

물과 음식들이 그렇고,

우리의 몸이 그렇고, 

나아가 우리의 생각을 일으키는 

기관들도 그렇다는 것을.

심지어 우리의 생각들도 그렇다는 것을.


  이윽고 우리의 생각이 그치면 우리의 몸도 

처음 이 세상에 오기 전으로 환원되어 

자연의 이치에 따라 다른 형태로 

다시 탄생한다는 것을.



****

  그러고 보면 

노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道(理)도 

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