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잎과 나뭇가지는 온통 반짝반짝 일렁이고 있다. 탁트인 벌판의 풀잎마저 다이아몬드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발이라도 스치면 '딸랑'하고 즐거운 소리를 낼 것만 같다. 문자그대로 보석을 부서뜨리고 수정을 깨뜨려 흩뿌려놓은 형상이다. 마치 누가 밤사이에 땅을 한 꺼풀 벗겨 맑은 수정층을 드러내 빛이 발하는 것만 같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풍경이 새롭다. 좌우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경치가 달라 보인다. 단백석(오팔), 사파이어, 에메랄드, 벽옥(재스퍼), 녹주석(베릴), 황옥(토파즈), 루비 따위가 곳곳에 널려 있다.
아름다움이란 예나 지금이나, 로마나 아테네 그 어디에도 없으나 미를 느끼는 마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라도 존재하는, 그런 것이 아닐까? 아름다움을 찾지 못해 다른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모두 부질 없는 짓일지 모른다." <소로우 일기> 1838. 01. 21
*
여행은 색다른 아름다움을 찾게도 해주지만, 또 다른 나를 찾게 해주는 기회이다. 또 다른 나란, 기존의 생활과 여건에 한정지어진 나를 내려놓고, 한 걸음 떨어져서 보다 객관적으로 자유롭게 바라볼 때의 나를 의미할 것이다.
아울러, 또 다른 나가 되어서 돌아오지 않는 것은 도피이지 여행이 아니다. 또 다른 나가 되어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여행은 낭비일 것이다. 2017. 11. 29
**
많은 사람들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손꼽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Ludwig Wittgenstein, 1889-1951)은 이렇게 말했다.
"깊이 생각하기 위하여라면 굳이 멀리 여행할 필요는 없다. 바로 당신의 뒤뜰에서도 그렇게 할 수가 있다."
깊은 생각...
눈앞 책상위가 제법 어지러워도 필요한 물건은 그래도 찾아낸다. 그런데 정작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아직도 모른다. 2019. 01. 20
'<소로우 일기> 속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이지 잎을 가꾸듯 가난을 가꾸자 (0) | 2019.01.22 |
---|---|
포도주 한 방울이 (0) | 2019.01.21 |
옹이구멍을 통해 본 세상 (0) | 2019.01.19 |
별과 달, 나무 그리고 나 (0) | 2019.01.18 |
혼자가 되기 위해서는 (0) | 2019.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