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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존재의 뒤편 새벽 1시, 고속도로 순찰대의 전화를 받고 낯선 도시의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동생의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밤길에서 교통사고로 숨을 거두는 순간 얼마나 춥고 외로웠을까.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을까. 손끝에서 만져지는 냉기와 어머니의 오열하는 모습 사이에서 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굳게 감긴 동생의 눈을 다시 한번 쓸어 내리고 복도에 앉아 사망진단서를 기다리는 일 밖에는……. 장례를 마치고 동생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다이어리 첫 장에 적힌 짧은 글을 발견했습니다. 문태준 시인이 천양희 시인의 시 에 붙인 단상이었습니다.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일은 뒤편을 감싸 안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뒤편에 슬픈 것이 많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더보기
글 속에 세 들어 살다 부분 불이 환하게 켜진 방에서는 창 밖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두운 길에서 불 켜진 방을 바라보면 실내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인다. 행복한 사람에게 타인의 불행은 잘 감지되지 않는 반면, 불행한 사람에게 타인의 행복은 너무 빛나고 선명해 보이는 것도 같은 이치일까. 그런데 불빛 아래 있을 때는 정작 자신을 둘러싼 그 빛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불빛에서 멀어지고 나서야 그 시간들이 얼마나 따뜻하고 축복받은 순간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몇 해 전,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두 달 가까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 감기도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 온 아이에게 갑자기 1형 당뇨라는 질병이 찾아 왔을 때, 정말 눈앞이 캄캄해졌다. 당장 오르내리는 혈당을 안정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어린 .. 더보기